3개월간 신흥국 회사채 펀드서 5억5600만달러 유출
[뉴스핌=김민정 기자]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발행된 회사채를 팔고 있다. 2009년 이후 1조5000억달러 규모로 두 배 이상 늘어난 신흥국 달러표시 회사채 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각) 브라질과 중국, 우크라이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신흥국 회사채를 매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신흥국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1~3월 5억5600만달러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안화<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올해 금리 인상을 준비하면서 해외 채무를 갖고 있는 신흥국 기업들은 해외 자본 흐름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자본 흐름에 따라 해외 채무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 개선과 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한 미 달러화의 강세 역시 달러표시 채권의 상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금융학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비금융권 기업들의 채무는 지난해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의 83%에 달할 정도로 확대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흥국 정부들의 해외 부채는 최근 몇 년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잔 로이스 JP모건 수석 투자전략가는 “국가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브라질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평균 금리는 6.81%로 지난해 5.98%보다 올랐으며 우크라이나 회사채 금리도 14%에서 29%로 뛰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발행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132개 신흥국 채권 발행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올라간 회사는 단 25개사 뿐이었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의 카이사그룹이 발행한 채권이 디폴트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감은 더욱 증폭됐다.
JP모건은 올해 신흥국 고금리 회사채 기업들의 연체율이 지난해 3.2%에서 5.4%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정크본드의 연체율이 2% 미만으로 예상하는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브라이언 카터 아카디언자산운용의 신흥국 채권 매니저는 “상당한 정도의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나라에선 디폴트의 증가가 은행 부문에 압박을 가할 것이고 거시 경제 이벤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리가 투자하지 않을 기업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