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감소 전망 잇달아…"펀더멘털 똑같다" 의견도
[뉴스핌=김민정 기자] 국제 유가가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추가 상승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6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32달러(0.6%) 오른 배럴당 56.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0.66달러 오른 배럴당 63.98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가장 높았다.
미국 뉴저지주 뉴왁에 있는 주유소의 모습 <출처=AP/뉴시스> |
최근 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기관들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조만간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을 한 데서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08년 이후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시장을 과잉공급 상태로 만들어 지난해 중순부터 유가를 50% 가량 끌어내렸다. 이후 에너지 기업들이 생산 증대에 대한 지출과 굴착장비수를 줄이는 등 생산량을 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생산성 증대로 공급량 증가는 지속돼 왔다.
OPEC은 월간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원유 생산이 2분기 하루 평균 1억3650만 배럴까지 오른 후 하반기부터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7대 원유 생산 지역에서의 5월 원유 생산량이 4월보다 하루 5만7000배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130만배럴 증가에 그쳐 490만배럴이 증가할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보합수준을 유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 중 원유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는 점도 유가 반등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이달 초까지 전년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며 5~8월에도 저유가와 고용증가로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EIA는 올해 1분기 세계 원유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으며 2분기에도 1.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도 0.3% 증가에 그친 지난해 2분기와는 달리 올해 2분기에는 원유 수요가 1.2%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전체 수요 증가폭은 1.2%로 지난해 0.7%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65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에버코어의 기술분석헤드 리치 로스는 “원유 차트를 보면 매수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원유 가격은 배럴당 65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 15일 유가가 배럴당 54달러선을 깬 것이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으로 1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돈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면서 이것이 ‘매수 시그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는 6월 OPEC이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유가가 기조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지난달 OPEC의 공급량 증가으로 시장은 이미 과잉 공급 상황”이라며 “OPEC은 내년까지 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일부 기관은 유가가 오히려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유가 상승이 펀더멘털이 아닌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자금 유입에 따른 것이라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