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체감하는 규제 풀어야 효과
[뉴스핌=한기진 노희준 기자] “검찰 조서(?)부터 폐지해라.” 은행 영업점 현장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이 직원에게 요구하는 ‘검사 확인서와 문답서’를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과 같다고 받아들인다. A 시중은행 영업본부장은 “대출이나 의사결정을 했다는 일종의 자술서인데, 본인의 서명을 반드시 하도록 해 나중에 징계를 받을 때 증빙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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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검사 확인서와 문답서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상급자의 부당한 구두 압력이나 지시를 물증만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KB사태 때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부당한 인사 압력 의혹은 서류만으로는 입증되지 않는 사안이었다.
또한 금융회사 직원의 제재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확인서가 활용될 때에 비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고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한 명쾌한 정리 역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 확인서와 문답서 폐지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완화이기 때문에, 당국의 규제완화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B 시중은행 지점장은 “감독당국 검사역이 요구하는 확인서가 수십 페이지에 달하고 충돌이 빚어지는 일이 많다”면서 “서명한 직원은 잘못이 없어도 감독원과 은행에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항상 갖는다”고 했다.
검사확인서와 문답서 폐지처럼 현장에서 요구하는 규제 완화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보수적 금융관행 등을 혁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은행 혁신성 평가에 대한 보완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가 기준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혁신성평가는 기술금융(40점), 금융관행개선(50점), 사회적 책임이행(10점)을 평가지표로 하고 있다. 각 지표별로 세부 평가 항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높은 은행이 높은 점수를 받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소매금융이나 대기업금융에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는 은행은 상대적으로 평가지표의 공정성을 의문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가장 소호대출(자영업자 대출)규모가 큰 C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우리는 소호대출이 대부분이라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평가지표에 대한 개선 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수은행 쪽에서도 혁신성평가 관련 개선 목소리가 나온다. D 은행 부행장은 "시중은행과 경쟁해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해 적극 대응에 나섰었다"며 "혁신성평가에서 특수은행 순위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알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금융위는 규모·설립목적 등을 고려해 일반·지방·특수은행 등 3개 리그로 구분해 혁신성평가를 실시한 뒤, 특수은행은 설립목적과 업무의 특수성과 인센티브 미부여 등을 참고해 순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