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외환시장 거래 급증, 채권 거래는 '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동성 가뭄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빠진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외환시장으로 옮겨 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규제 강화에 따라 채권 거래가 마비 증세를 보이자 블랙록부터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까지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거래량이 풍부하고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JP모간의 조이스 창 리서치 헤드는 “채권 거래 규모가 급감한 데 따라 트레이더들이 수익 창출 기회를 찾아 외환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외환 거래의 경우 딜러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시스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 빈도를 높이는 한편 유연성을 취할 수 있어 트레이더들이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국제결제은행과 각국 감독당국 등이 가세, 금융권의 자본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데 따라 채권 거래는 앞으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 시장뿐 아니라 투자등급 회사채와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선진국 국채 역시 손바뀜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국채 거래의 유동성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투자등급 회사채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거래가 줄어들었다.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거래 가능한 국채 규모는 12조5000억달러로 2007년 이후 세 배 급증했지만 거래 규모는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현물과 스왑, 선물 등을 포함한 글로벌 외환시장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폭증한 데 이어 올해도 가파른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외환의 경우 채권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채권 트레이더들이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자산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례 없는 현상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창 리서치 헤드는 “최근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의 트레이더 움직임은 전통적인 신용 사이클과 거리가 멀다”며 “앞으로 금융위기 역시 과거와는 다른 요인과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시장 유동성 마비가 앞으로 위기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