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신용시장 괴리 2007년 당시와 흡사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트레이더들이 뉴욕증시의 폭락에 대비, 헤지를 대폭 늘리고 나서 주목된다.
이는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이 과거 평균치를 크게 넘어선 한편 달러화 강세에 따라 기업 이익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 나타난 움직임이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출처:블룸버그통신] |
특히 앞으로 5년 사이 S&P500 지수가 반토막으로 곤두박질 칠 때 투자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풋옵션의 가격이 지난 9개월간 55% 뛴 것으로 집계됐다.
골드만 삭스의 존 마샬 옵션 리서치 팀장은 “월가 트레이더들이 뉴욕증시의 폭락 가능성에 상당한 경계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운 데 따른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풋옵션 가격의 급등은 지난 2007년 금융위기를 앞두고 있던 당시와 흡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판단이다.
문제는 파생상품 시장이 리스크 헤지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신용시장은 별다른 경각심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옵션시장과 신용시장의 탈동조화 역시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크게 닮았다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했다.
서스퀘하나 증권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옵션 거래에서 증시 급락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
이 증권사의 스테이시 길버트 파생 전략 헤드는 “월가의 옵션 트레이더들은 S&P500 지수의 10% 이상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정의 폭은 골드만 삭스가 예상하는 것보다 완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14일 기준 9거래일 사이 뉴욕증시는 3% 떨어졌다. 과거 12개월 이익을 기준으로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17.7배에 달한 가운데 강달러에 따른 이익 전망 하향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올해 S&P500 기업의 이익이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화가 랠리를 멈추지 않은 데 따라 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말 8%에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다만,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기물 풋옵션 가격이 장기물만큼 큰 폭으로 뛰지 않은 것은 증시 주변의 대기 자금이 풍부하고, 이 때문에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 여기 적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레이딩애널리시스닷컴의 토드 고든 애널리스트는 “뉴욕증시가 버블 논란과 숱한 폭락 경고에도 6년에 걸쳐 강세장을 연출했다”며 “뉴욕증시는 여전히 ‘곰’보다 ‘황소’가 이기는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