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리조트 지분 뺀 '조건부 인수' 제안…3개월내 대금납부해야
[뉴스핌=김연순 윤지혜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년여 만에 금호고속의 그룹 재편입에 공식 나섰다.
9일 금호고속 지분을 100%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 파트너스(이하 IBK펀드) 및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통해 금호고속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IBK펀드측에 공식 전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IBK펀드측에 공식적으로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공문을 전달했다"며 "다만 구체적인 조건 등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앞서 IBK펀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금호고속 매각 가격으로 5000억원 미만의 가격을 최종 제시했다.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하면 금호고속의 가격은 800억원가량 낮아져 4000억원대 초반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펀드는 금호그룹의 제안을 일단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IBK펀드 관계자는 "금호그룹을 통해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전달받았다"며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있어 이에 대해 검토중에 있다"고 전했다.
금호리조트 지분 48.8%는 이미 지난해 금호고속이 금호리조트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영권 확보에는 부족해진 이 지분을 케이스톤-IBK 펀드가 매입한 것으로, 어떤 면에서는 매각 관련 분쟁의 시작점에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IB업계 한 관계자는 "IBK펀드 입장에서는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한다는 조건을 검토하기는 하겠지만 기분이 좋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6년 창업한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2009년 그룹이 경영난에 빠지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자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2년 8월 사모펀드(IBK-케이스톤 파트너스)에 매각(지분 100%)됐다.
박삼구 회장은 그동안 그룹 모태기업인 금호고속과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을 모두 인수한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해온 바 있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인수할 경우 3년여 만에 그룹에 다시 편입되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 측은 금호고속 인수 금액이나 납부 기한, 방법 등 세부 조건도 IBK펀드 측과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측이 조건부이지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서 금호터미널은 행사일로부터 3개월내, 즉 오는 6월9일까지 금호고속 인수대금을 치러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계열사 등을 통해 자금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계열사 금호터미널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일단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와 맞물려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후 3개월 안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더라도, 우선매수청구권 소멸 후 진행되는 공개경쟁 입찰에 금호그룹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박 회장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다. 더구나 3개월 후 금호고속 매각가격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매각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군을 대상으로 박 회장과 손을 잡을 수 없다는 확약서를 받은 금호산업 인수전과 달리, 이번 금호고속 매각에선 박 회장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매수권 소멸 후 공개경쟁 입찰에 박 회장이 배제된다는 조항도 없으며, 우회적으로 매각 시기를 지연시켜도 특별히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IBK펀드 관계자는 "금호산업 같은 경우 매각절차를 방해하면 (우선매수권을) 철회하는 확약 내용을 넣었다고 알고 있다"면서 "금호고속 매각의 경우 그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윤지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