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자사주 매입 규모 2조달러 넘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들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가 순이익과 맞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S&P500 기업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가 1043억달러에 달했다.
[출처:마켓워치] |
지난달 S&P500 기업들이 매일 평균 50억달러를 웃도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는 얘기다. 이는 뉴욕증시 하루 거래 금액의 약 2%에 해당하는 수치다.
홈디포와 컴캐스트, TJX를 포함해 총 123개에 달하는 기업이 지난달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사상 최저 금리와 대규모 현금 자산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우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킹 캐피탈 파트너스의 닐 그로스만 최고투자책임자는 “대규모 순이익과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상장 기업들이 거의 제로 수준의 이자율에 자금을 조달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아니라 자사주 매입을 통해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미국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자금이 2조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증시의 장기 랠리가 자사주 매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쏟아 부은 자금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의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드바이저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진 페로니 펀드매니저는 “뉴욕증시가 경제 지표 부진과 버블 경고 등 수많은 악재에도 강한 저항력을 보인 것은 자사주 매입으로 기업들이 주가를 들어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P500 지수는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18.9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936년 이후 평균치인 16.9배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익 전망은 흐리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최소한 3.2%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이익 증가율은 2.3%로, 지난해 5%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꺾일 전망이다.
하이마크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토드 로웬스타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밸류에이션이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주가 랠리를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사주 매입의 적정 시기와 적정 가격 측면에서 기업의 행보를 높이 평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