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머니 "챔플레인 하우징 트러스트 활용하면 OK"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에서는 여윳돈이 부족한 서민들이 집을 좀더 쉽게 장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N머니는 최근 중하위권 소득자들의 주택 마련에 도움을 주는 비영리 신탁기관 '챔플레인 하우징 트러스트(CHT·Champlain Housing Trust)'를 통해 집을 마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CNN머니가 인터뷰한 아이안 보이드(Ian Boyd)는 버몬트주 벌링턴시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다. 그의 집에는 침실 4개와 욕실 2개가 있고, 실내는 전부 리모델링이 돼 있다. 사과나무를 기를 수 있는 정원과 뒤뜰이 있어 환경도 쾌적한 편이다.
그러나 보이드가 처음부터 쉽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09년에 대학원을 졸업한 후 가정을 꾸릴 집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이었다. 당시 그의 손에는 은행대출금 5만달러와 학자금대출 3만5000달러, 신용카드 여유잔액 5000달러가 전부였다.
이를 다 긁어모아도 벌링턴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부동산 웹사이트 트룰리아에 따르면 벌링턴시 평균 집값은 26만5000달러(약 3억원)로 보이드의 전재산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러던 중 보이드는 회사 동료를 통해 CHT를 알게 됐다. CHT는 잠재 주택 구매자들에게 계약금을 제공해주는 비영리 단체다. 이 계약금은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되며, CHT에서 신탁 회원들의 보유자산 가치와 소득 수준을 분석한 후 지급한다.
CHT 지원금을 받으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매년 총소득이 8만200달러(8800만원) 이하이고 ▲현재 보유한 주택이 없어야 하며 ▲은퇴를 대비한 저축 외에 다른 자산이 없어야 된다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CHT의 계약금 지원을 받으면 CHT가 보유한 집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CHT가 포트폴리오에 보유한 주택은 현재 550여 채에 이른다.
1988년 1월~2008년 6월까지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주택가격 시세 추이. 평균 주택가격은 빨간색, 챔플레인 하우징 트러스트(CHT)가 제공하는 주택가격은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출처: 챔플레인 하우징 트러스트] |
보이드가 주택담보대출 원금으로 매달 갚아나간 액수는 약 1150달러였다. 침실 하나짜리 집을 임대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0달러임을 감안하면 크게 비싸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주택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은 보통 집주인이 부담하며, 나중에 CHT에 집을 되팔 때는 시세차익의 75%를 CHT에 지급하게 된다.
에밀리 히긴스 CHT 디렉터는 "집주인에게 시세차익을 돌려받는 것은 집값을 계속 낮은 가격에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HT와 같은 공동주택 모델(shared-equity model)이 잘 운영되면 ▲중하위권 소득자는 계약금 걱정 없이 집을 장만하면서 저축할 여력이 생기고 ▲그 지역의 주택 가격은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두 가지 이득이 생긴다.
보이드는 처음 집을 구하던 2009년에는 채무자였지만, 3년 후인 2012년부터는 집주인이 됐다. 보이드는 "벌링턴시에서 집을 구한 후 쭉 가정을 꾸리면서 살아왔다"며 "처음 집을 임대할 때와는 달리 이제는 이 도시에 큰 애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 씽크탱크 어반 인스티튜트의 브레트 테오도스 선임 조사 담당자는 "공동 주택 모델(shared-equity model)은 주택 임대와 구매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주택난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