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에티오피아, 전통의 숨결이 현실과 미래 속에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도르제 마을을 떠나자 다시 광활한 대자연뿐이다. 사방의 지평선이 다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시야에 험한 광야만이 펼쳐진다. 에티오피아가 느껴지고 아프리카임이 실감난다. 두 시간 가량 달리자 진귀한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테라스네요. 에티오피아에선 보기 드문 건데”
일행 중의 농업 전문가가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드넓은 땅을 계단식으로 일구어 놓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우리나라엔 꽤 존재하는 농법인데 여기서도 볼 줄은 몰랐네요. 저 정도의 규모라면 상당한 조직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어떤 마을인지 궁금하군요.”

콘소(Konso)라는 이 마을을 향하기 전에 강한 마을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강한 건지 호기심이 일었는데 저토록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일군 것을 보니 조금은 풀리는 바가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 그곳의 현지 가이드를 구한 다음에 그를 따라 걸었다. 이 나라의 여느 마을처럼 커피 나무가 많았고 수확한 커피를 말리는 광경도 눈에 많이 띄었다.  

주식인 인제라(넓적한 빵. 에리트레아의 전통 음식이기도 하며 지부티, 소말리아, 예멘, 수단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빵이 유명)의 원료인 테프도 한껏 자라 있었다.

이 나라에선 일상적인 그런 것들을 담고 있는 마을의 구조는 강한 마을이라는 점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역시 차별화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돌담들이 축성되다시피 되어 있는데 돌들이 하나같이 무게가 나가고 돌을 쌓는 방식 또한 정교하기 그지없다. 테라스가 다시 한번 느껴지고 있었다. 마을 밖으론 헐벗은 대지를 개간한 반면 마을 안에선 돌을 활용해 적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동시에 생활의 기초 단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가이드는 꼭 볼 것이 있다며 마을의 공터로 데려갔다. 그곳에 나무들을 한 묶음으로 묶어놓은 것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제너레이션 폴(generation poll)입니다. 저 폴에서 나무 한 그루는 한 세대를 가리킵니다.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나무 한 그루씩을 첨가해 묶지요. 그러니까 저 나무들의 숫자를 세면 이 마을의 기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한 세대는 18년으로 치구요.”
가이드의 말에 신선함과 호기심이 생겨 한 바퀴를 돌며 대략 헤아려 보니 열댓 그루는 될 것 같았다. 열다섯으로 친다면 15 * 18 = 270년. 뭔가 고대적인 것을 상상하며 바라본 것에 비하면 약소해 실망이 일었다.
“흰개미떼가 저 나무들을 갉아먹지요. 그러면 나무들은 자꾸 쪼그라들지요.”
도르제 마을의 코끼리 형상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곳에도 있었다. 눈이 새삼 뜨여 한번 더 둘러보니 심하게 줄어든 나무들이 상당히 묶여 있었다. 마을의 기원이 생각보다 멀리 나아가고 있었다.
“이리 와 보세요.”
우리나라의 성황 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면을 지닌 폴 가까이에 둥그런 돌이 놓여 있었었다.

“저 돌을 들어보세요.”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했다. 돌은 바닥에서 살짝 들어올려지긴 했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힘이 딸려 포기하자 가이드는 자기가 해보이겠다며 두 팔로 돌을 들어올린 다음 가슴 위로 올려 공중으로 주욱 밀어 올렸다. 그런 후 몸의 뒤쪽으로 떨어뜨렸다.
“이렇게 성공해야만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위한 통과의례인 것이지요.”
실패를 해 평생을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인류학적이며 원시적인 곳으로 한층 이끌려지는 기분이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는 같은 돌이지만 바닥에 붙어 있는 넓적한 돌이 있었다. 

“이것은 맹세를 위한 돌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죄를 지은 사람들은 이 위에 꿇어앉아 회개를 합니다.”
순박성마저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인류의 원형이랄까,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이 마을은 인간의 소중한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기반으로 혹독한 현실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음에 대한 방식이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콘소 마을엔 미이라 풍습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9년 9개월 9일간 미이라로 만들어 보관했다가 매장한다는 것이다. 9라는 숫자는 이 마을을 이루는 콘소 족이 9개의 씨족으로 구성되는데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실 외에도 이집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미이라 풍습이 이 마을 그러니까 에티오피아에도 존재하는 사실이 놀랍거니와 죽음에 대한 존엄 의식이 강렬하게 살아있다는 것에 놀라움이 더 컸다. 조상에 대한 이들의 존중과 뿌리 의식 및 현존적 실천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것이며 이들의 생존 방식일 것 같았다. 전통과 현실의 접목을 아주 효과적이며 강력하게 실천하는 모습, 삶과 죽음, 개인과 공동체를 두루 아우르려는 이 마을 사람들의 지혜로운 노력은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물론 인제라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테라스까지 동원한 생산력을 합해도 구조적 모순에 의한 빈곤을 탈출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커피의 세계 최고 산지이면서도 그 이익을 다국적 기업들에게 거의 빼앗겨 이들의 몫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그 한계 내에서 한계의 벽과 부딪히며 돌파하려는 몸부림은 감탄스러울 뿐이며 전통을 해체하기는커녕  그 우물에서 길어올린 지혜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얼굴을 부끄럽게 회상시키고 있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은 어린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합숙을 하는 공간이다. 성인이 된 그들은 마을에 누가 아프면 병원으로 데려가고 도둑이 들면 달려가 잡는다. 외부에서 침략이 있을 경우에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 저 공간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집단 체험을 겪으면서 공동체 감각을 익히며 책임 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이 마을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조직화한 외에도 그것의 지속성마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고대로부터의 지혜를 현실의 삶 속에 잘 살려 미래로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숭엄한 노력, 그 자체가 하나의 제너레이션 폴이 아닐까 생각게 하는 아주 특이한 마을이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위례선 트램, 법 공방에 개통 '제동'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서울시가 위례선 노면전차(트램)를 둘러싼 법령 해석 논란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트램 전용로에 도로교통법 적용 여부를 두고 양 기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교통안전심의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올해 12월로 예정된 위례선 트램 개통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시는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위례선 트램 전용로가 교통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서울경찰청의 결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아직 양측에 심리기일이 통보되지 않은 상태다. 재결기간으로 지정된 7월 20일 전에 심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램이란 도로 위에 레일을 깔고 달리는 전기 철도차량이다. 서울시가 조성 중인 위례선 트램은 마천역(5호선)을 출발해 복정역(수인분당선·8호선)과 남위례역(8호선)을 잇는 총연장 5.4㎞, 12개 정거장의 노면전차 노선이다. 2021년 착공에 돌입한 후 현재 공정률 96.1%다. 개통 목표는 올해 12월이다. 서울시는 트램 전용로 관련 횡단구간에 대한 신호기, 횡단보도 및 신호등 등 교통안전시설을 마련했다.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도로 교통사고 방지 및 교통소통 확보 목적으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각 관할 경찰청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교통안전시설의 종류와 설치 기준 등은 도로교통법과 시행규칙을 따른다. 다만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위례선 트램이 도로교통법 내 어떤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도로교통법 제2조7의2를 위례선 트램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조항은 트램 전용로를 '도로에서 궤도를 설치하고 안전표지 또는 인공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하여 설치한 도로 또는 차로'로 규정한다. 시는 법이 이미 트램 전용로를 도로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경찰청이 위례선 트램 전용로 전 구간에 대한 교통안전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제2조1를 근거로 내세운다. 해당 조항에서 정의한 도로(도로법에 따른 도로, 유료도로법에 따른 유료도로, 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도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등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곳으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에 위례선 트램 전용로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례선 트램 전용로는 경찰청 교통안전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트램 전용로 관련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교통안전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트램이 도로와 맞닿아 있는 만큼, 도로교통법과 철도안전법을 중복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로교통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철도안전법만 충족하는 상태에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운영한다면, 향후 적법성을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트램이 철도시설이며, 철도안전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철도안전법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 소관 사항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할 전망이다. 위원회 재결에 불복하는 기관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이 시작될 경우 위례선 트램의 개통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갈등 조정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트램은 52톤에 달하는 중량 철도차량으로 제동거리가 일반 차량에 비해 3배 이상 길고 궤도 운행으로 회피 기동이 불가능하다"며 "철도 지식이 없는 경찰이 심의할 경우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전문기관의 안전 심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blue99@newspim.com 2026-07-01 10:51
사진
강훈식, 靑 뉴미디어풀단과 특별인터뷰 [서울=뉴스핌] 김미경 기자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오후 3시 뉴스핌을 비롯한 청와대 뉴미디어풀단 9개 매체와 공동인터뷰를 한다. 청와대 춘추관 오픈스튜디오 개설을 기념해 마련한 '청와대 라이브' 특별인터뷰에 강 실장이 첫 게스트로 출연한다. 특별인터뷰는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 등 뉴미디어풀단의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4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4.22 ryuchan0925@newspim.com 뉴미디어풀단은 청와대가 변화하는 언론 환경에 발맞춰 청와대 출입과 취재 기회를 확대하고자 신설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다.  현재 뉴스핌을 비롯해 고발뉴스, 굿모닝충청,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뉴스토마토, 삼프로TV, 시민언론 민들레, 시사인(IN),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9개 매체가 소속돼 있다.  뉴미디어풀단은 강 실장과 함께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성과와 향후 과제, 외교와 사회·문화, 경제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인터뷰와 진단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직접 공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동전쟁 상황에서 급박하게 진행된 원유 수급 전략 뒷이야기와 저출산 극복 대책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한다.  뉴스핌은 청와대 뉴미디어풀단으로서 유튜브 뉴스핌TV 채널에서 국정 현안과 정책 이슈에 대한 이슈파이터, 정국진단 라이브를 통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방송을 하고 있다. 청와대 영상 콘텐츠도 1주 평균 30개 이상 제작 중이다. 이강혁 뉴스핌 편집국장은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부터 타운홀 미팅과 부처 업무보고, 청와대 정책과 현안 브리핑을 실시간 생중계와 쇼츠, 하이라이트의 다양한 편집본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뉴스핌은 현장 라이브와 오픈스튜디오 촬영, 24시간 방송이 가능한 전문성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간판 콘텐츠인 '이슈터미네이터' '긴급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담론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정책·입법으로 이어지는 공익 언론의 뉴미디어 기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the13ook@newspim.com 2026-07-01 08:5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