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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의 4색 여행기] 에티오피아, 전통의 숨결이 현실과 미래 속에

기사입력 : 2015년02월16일 15:13

최종수정 : 2015년03월25일 09:44

도르제 마을을 떠나자 다시 광활한 대자연뿐이다. 사방의 지평선이 다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시야에 험한 광야만이 펼쳐진다. 에티오피아가 느껴지고 아프리카임이 실감난다. 두 시간 가량 달리자 진귀한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테라스네요. 에티오피아에선 보기 드문 건데”
일행 중의 농업 전문가가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드넓은 땅을 계단식으로 일구어 놓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우리나라엔 꽤 존재하는 농법인데 여기서도 볼 줄은 몰랐네요. 저 정도의 규모라면 상당한 조직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어떤 마을인지 궁금하군요.”

콘소(Konso)라는 이 마을을 향하기 전에 강한 마을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강한 건지 호기심이 일었는데 저토록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일군 것을 보니 조금은 풀리는 바가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 그곳의 현지 가이드를 구한 다음에 그를 따라 걸었다. 이 나라의 여느 마을처럼 커피 나무가 많았고 수확한 커피를 말리는 광경도 눈에 많이 띄었다.  

주식인 인제라(넓적한 빵. 에리트레아의 전통 음식이기도 하며 지부티, 소말리아, 예멘, 수단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빵이 유명)의 원료인 테프도 한껏 자라 있었다.

이 나라에선 일상적인 그런 것들을 담고 있는 마을의 구조는 강한 마을이라는 점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역시 차별화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돌담들이 축성되다시피 되어 있는데 돌들이 하나같이 무게가 나가고 돌을 쌓는 방식 또한 정교하기 그지없다. 테라스가 다시 한번 느껴지고 있었다. 마을 밖으론 헐벗은 대지를 개간한 반면 마을 안에선 돌을 활용해 적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동시에 생활의 기초 단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가이드는 꼭 볼 것이 있다며 마을의 공터로 데려갔다. 그곳에 나무들을 한 묶음으로 묶어놓은 것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제너레이션 폴(generation poll)입니다. 저 폴에서 나무 한 그루는 한 세대를 가리킵니다.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나무 한 그루씩을 첨가해 묶지요. 그러니까 저 나무들의 숫자를 세면 이 마을의 기원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한 세대는 18년으로 치구요.”
가이드의 말에 신선함과 호기심이 생겨 한 바퀴를 돌며 대략 헤아려 보니 열댓 그루는 될 것 같았다. 열다섯으로 친다면 15 * 18 = 270년. 뭔가 고대적인 것을 상상하며 바라본 것에 비하면 약소해 실망이 일었다.
“흰개미떼가 저 나무들을 갉아먹지요. 그러면 나무들은 자꾸 쪼그라들지요.”
도르제 마을의 코끼리 형상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곳에도 있었다. 눈이 새삼 뜨여 한번 더 둘러보니 심하게 줄어든 나무들이 상당히 묶여 있었다. 마을의 기원이 생각보다 멀리 나아가고 있었다.
“이리 와 보세요.”
우리나라의 성황 나무와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면을 지닌 폴 가까이에 둥그런 돌이 놓여 있었었다.

“저 돌을 들어보세요.”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했다. 돌은 바닥에서 살짝 들어올려지긴 했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힘이 딸려 포기하자 가이드는 자기가 해보이겠다며 두 팔로 돌을 들어올린 다음 가슴 위로 올려 공중으로 주욱 밀어 올렸다. 그런 후 몸의 뒤쪽으로 떨어뜨렸다.
“이렇게 성공해야만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위한 통과의례인 것이지요.”
실패를 해 평생을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인류학적이며 원시적인 곳으로 한층 이끌려지는 기분이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는 같은 돌이지만 바닥에 붙어 있는 넓적한 돌이 있었다. 

“이것은 맹세를 위한 돌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거나 죄를 지은 사람들은 이 위에 꿇어앉아 회개를 합니다.”
순박성마저 느껴지는 마을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인류의 원형이랄까,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이 마을은 인간의 소중한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기반으로 혹독한 현실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죽음에 대한 방식이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콘소 마을엔 미이라 풍습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9년 9개월 9일간 미이라로 만들어 보관했다가 매장한다는 것이다. 9라는 숫자는 이 마을을 이루는 콘소 족이 9개의 씨족으로 구성되는데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실 외에도 이집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미이라 풍습이 이 마을 그러니까 에티오피아에도 존재하는 사실이 놀랍거니와 죽음에 대한 존엄 의식이 강렬하게 살아있다는 것에 놀라움이 더 컸다. 조상에 대한 이들의 존중과 뿌리 의식 및 현존적 실천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것이며 이들의 생존 방식일 것 같았다. 전통과 현실의 접목을 아주 효과적이며 강력하게 실천하는 모습, 삶과 죽음, 개인과 공동체를 두루 아우르려는 이 마을 사람들의 지혜로운 노력은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물론 인제라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테라스까지 동원한 생산력을 합해도 구조적 모순에 의한 빈곤을 탈출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커피의 세계 최고 산지이면서도 그 이익을 다국적 기업들에게 거의 빼앗겨 이들의 몫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그 한계 내에서 한계의 벽과 부딪히며 돌파하려는 몸부림은 감탄스러울 뿐이며 전통을 해체하기는커녕  그 우물에서 길어올린 지혜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얼굴을 부끄럽게 회상시키고 있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은 어린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합숙을 하는 공간이다. 성인이 된 그들은 마을에 누가 아프면 병원으로 데려가고 도둑이 들면 달려가 잡는다. 외부에서 침략이 있을 경우에도 나름의 역할을 한다. 저 공간에서 일정 기간 동안 집단 체험을 겪으면서 공동체 감각을 익히며 책임 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이 마을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조직화한 외에도 그것의 지속성마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고대로부터의 지혜를 현실의 삶 속에 잘 살려 미래로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숭엄한 노력, 그 자체가 하나의 제너레이션 폴이 아닐까 생각게 하는 아주 특이한 마을이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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