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탈퇴시 유로존 재평가 의견 '고개'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 등락에 일희일비하던 미국과 유럽 증시가 그리스의 영향권에 깊이 빠져든 데 반해 글로벌 외환시장은 이른바 그렉시트 리스크에 덤덤한 표정이다.
지난 2012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불거졌을 당시보다 중장기 불확실성에 대해 낙관적인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총선 이후 그리스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고조됐지만 하루 5조3000억달러 규모의 외환시장을 흔들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외환시장의 옵션 트레이더들이 평가하는 유로화의 단기 대비 장기 급변동 리스크가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특정 자산 가격의 리스크는 단기물보다 장기물일수록 높게 평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월가 투자가들이 유로화 하락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과 최근 옵션 트레이딩이 크게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모간 스탠리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화가 13년래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90센트까지 하락해 유로화 가치가 20%가량 떨어지는 동시에 200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역시 그렉시트가 시간문제라고 판단하고, 유로화를 경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푸르덴셜의 마이클 콜린스 수석투자책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그렉시트 문제는 글로벌 경제에 대단히 커다란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오히려 유로화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프리스의 조나단 웹 외환 전략 헤드 역시 “단기적으로 그리스 사태로 인한 리스크가 크지만 하반기 이후 유로존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며 “유로존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현재 진단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주장했다.
미즈호 은행의 닐 존스 헤지펀드 헤드 역시 “유로존 경제가 투자자들의 판단보다 훨씬 건강하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공동통화권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유로화의 매력이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유로화는 지난달 25일 대선 이후 달러화에 대해 1% 이내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연말까지 유로/달러가 1.10달러로 하락한 뒤 2016년말까지 의미있는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 애널리스트의 평균 전망과 어긋나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