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결제 주목하는 이유…"수수료+모바일 광고+트래픽 확보"
[뉴스핌=이수호 기자] "수수료율은 대외비라서 직접 공개가 어렵지만, 돈이 안되는 사업 같으면 다들 하질 않겠죠" (A 전자결제 업체 관계자)
국내 대형 PG(지급결제대행업체)사들에 이어 통신, 포털, 게임 등 IT업계가 전방위적으로 핀테크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가 앞다퉈 핀테크 구축에 뛰어들면서 경쟁 과열로 인해 큰 수익을 보기 어렵다는 주장과 팽창하는 모바일 시장으로 인해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전반적으로 핀테크 산업이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와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가 선을 보인데 이어 KG이니시스의 케이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SK플래닛의 시럽페이 등이 잇따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페이팔과 알리페이 등 해외업체들까지 합치면 '전자결제 광풍'이라 불릴 정도로 수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페이를 통해 전자결제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핀테크 산업은 크게 전자결제와 송금시스템 등으로 나뉜다. 아직까진 관련업계가 전자결제에 중심축을 두고 있지만 향후 해외송금, 대출, 자산관리, 보험 등 기존 금융기관이 책임지던 영역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IT업계가 핀테크 중에서도 전자결제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유는 확실한 수익원 확보와 더불어 본업과의 연계를 통해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알리페이와 페이팔 등을 통해 글로벌 ICT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를 내걸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4~5%대의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돈도 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대중적 인지도와 범용성을 확보한 전자결제수단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해도 가맹점으로써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는 상태다.
IT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의 경우, 아직 체계적인 시장이 구축되지 않았지만 향후 보안인증 비용이나 시설 고도화 비용이 반영돼 높은 수수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2%에 PG사 마진을 합치면 최소 4%대의 수수료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PG사들이 거두던 3%대의 수수료보다 1% 가까이 높은 수치다.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잡은 알리페이의 경우에도 4%대의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알리페이를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롯데닷컴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중국 현지의 역직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알리페이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여기에 팽창하고 있는 모바일 광고 시장을 연계하면 예상 수익 규모는 더욱 커진다. 올해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경우에도 모바일 광고 관련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 최소 30~5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고 광고 규모가 8300억원에 달했다는 점에서 올해 1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결제의 활용성이 쇼핑에서 빛을 본다는 점에서 다양한 광고를 유저의 활동성에 맞게 기획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O2O(온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 위한 연결 통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핀테크 구축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설명: 네이버는 올 상반기 출시예정인 '네이버페이'를 통해 검색과 쇼핑을 원스톱으로 연결한다.> |
대표적인 예로 90%대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카카오톡은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라는 금융서비스를 출시한 동시에 카카오톡, 카카오픽(쇼핑),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뮤직, 카카오택시 등 자체 플랫폼을 꾸준히 연계해 트래픽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방어막을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된 트래픽 방어막은 모바일 광고수익, 전자결제 수수료, 차기 사업 연계 등으로 이어져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상 전자결제가 IT 사업군을 결집시키는 확실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셀 수 없이 늘어나는 전자결제 업체들 탓에 이러한 장점들 속에서도 시장성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모바일 시장 규모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 역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대형사 위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정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O2O 비즈니스를 위한 연결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선점효과와 압도적 트래픽을 보유한 대형사들이 중소업체들보다 가입자 확보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소비자들이 모이지 않는 전자결제의 경우, 사용성 유지를 위해서 고가의 수수료를 책정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쇼핑시대에서 생존하기 유통업체들이 이 같은 부담을 떠안아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업계의 대규모 투자액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게임사업 침체로 수익 악화가 가속화된 NHN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해 3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통해 전자결제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포부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거액의 투자액이 집중된 만큼, 수익성 악화는 기업의 존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핀테크가 결제에 있어서 큰 틀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은 높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규제상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금산분리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점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회사 및 은행 외에도 인터넷기업들이 핀테크 사업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은 크지만 기존 금융산업과 인터넷 산업의 접점을 찾는 것도 선결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핀테크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간편결제서비스 도입과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이후 보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돼 모바일금융 이용이 증가는 하지만 연령대와 계층별로 제한적인 증가에 그칠 수도 있다"며 전자결제 열풍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전자결제 서비스를 추진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보고 전자결제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북경에 사는 왕서방이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직구나 역직구의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