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자금 썰물, 유럽으로 '유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가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뚜렷한 기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유럽 증시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한편 하이일드 본드로 ‘사자’가 몰려들고 있다.
[출처:AP/뉴시스] |
지난달 주식형 ETF로 유입된 자금이 84억달러로 집계됐고, 채권과 상품 등 주요 자산을 모두 포함한 ETF로는 137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유입된 자금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블랙록의 우술라 마키오니 리서치 헤드는 “ECB의 부양책 발표에 따라 글로벌 투자 자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방향 전환을 이루고 있다”며 “지난해와 크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집중된 미국 주식형 ETF에서는 지난 1월 183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채무조정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유럽 관련 ETF의 자금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B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유로존의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경제 지표는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지표 개선이 보다 뚜렷하게 확인될 때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한층 고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일드 본드 역시 ECB의 비전통적 정책 행보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리스크로 인해 하락 압박을 받았던 하이일드 본드로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사자’에 상승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의 크리스틴 벤츠 디렉터는 “하이일드 본드 펀드가 대부분 6% 내외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중반에 비해 2%포인트 높은 수치이며, 투자자들을 유인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크본드에서 에너지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지만 국제 유가 급락에도 불구, 투자자들이 ‘유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짐 오닐 전 골드만 삭스 애셋 매니지먼트 회장은 “유로존을 포함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없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것만큼 잿빛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