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올리기보다 오히려 인하해 법인 소득 올리는 것이 현명"
[뉴스핌=이강혁·송주오 기자] "어느 정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법인세는 절대 못 올린다는 그런 성역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게 제 입장이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5일 라디오 방송 출연.)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논의가 불붙고 있다. 야당은 심각한 세수 부족 현상과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일찌감치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 왔다. 최근 들어 여당 핵심 당직자들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인상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5일 국세청의 업무현황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 부족 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 나라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그렇다면 법인세 인상은 과연 부족한 세수를 메울 해법일까.
국내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경제활성화 촉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부담요인을 고려할 것"이라며 "요즘같은 저성장의 시대에 법인세를 인상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법인세 최고세율(2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0위로 낮은 수준이다. OECD 국가 평균인 25%보다도 3%포인트 가량 낮다. 그러나 홍콩(16.5%)이나 싱가포르(17%), 대만(17%) 등 외국인 투자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나라들의 세율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것도 아니다. 더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법인세는 인하하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을 잘 아는 정부여당입장에서 선 듯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국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조세는 국제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논란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재계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상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굳이 먼저 나서 불씨를 당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속내는 대부분 법인세 인상 논의를 상당히 불편하게 보고 있다. 단적으로 A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조선과 건설, 해운 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과 현대차까지도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경영자총연합회 회장 직무대행(부회장)도 전날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 기조연설에서 법인세 인상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법인세 인상 논의가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5년간 법인세를 인하한 국가가 16개국에 달할 정도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기는 방어적 입장에서 오히려 법인세율을 낮추고 투자여건을 개선해 기업들의 투자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 국민경제 전체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법인세율을 올려 단기적인 세수증대를 꾀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효과를 고려해 법인세율 인하로 법인자체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홍 팀장은 또한 "과거보다 낙수효과가 줄었지만 결국엔 임금상승과 협력업체에 영향을 미쳐 자연스럽게 세수가 증가하는 선순환구조가 될 것"이라며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나라는 국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포르투칼 같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