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발표 계기로 구조조정 본격화 전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 폭락에서 비롯된 석유 업계의 위기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이미 대규모 설비 투자 감축에 나선 주요 업체들이 자산 통폐합과 감원 등 비상 체제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을 필두로 디폴트 리스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석유 업계 글로벌 메이저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만큼 유가 하락에 따른 타격이 보다 명확하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엑손 모빌[출처:AP/뉴시스] |
한계 상황과 디폴트 위기에 몰린 소규모 업체들이 자산 또는 기업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메이저들 역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업체들은 비용 감축에 적극 나섰다. 베이커 휴스가 7000명에 이르는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전체 직원의 12%에 이르는 수치다. 할리버튼 역시 1000명 내외의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고, 슐럼버거도 9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하기로 했다. 영국 BP도 수천명의 감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OLIC 캐피탈의 조지 쿠트소니솔리스 매니징 디렉터는 “석유 업체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자산 통폐합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디폴트 위기를 맞는 기업이 다수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유전 개발권을 포함한 자산 매각에 나서는 기업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훌리안 로키의 존 폴 핸슨 석유 탐사 헤드는 “엔지니어링 섹터를 중심으로 자산 인수합병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이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을 필두로 구조조정 압박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도이체방크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55~60달러까지 아래로 밀릴 경우 미국 셰일 업체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유가가 강한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경우 수 개월 또는 수 분기에 걸쳐 대규모 구조조정이 꼬리를 물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열 더치 셸을 필두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통폐합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BP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비용 구조가 취약한 데다 걸프 유전 개발과 관련된 벌금이 기존에 충당해 둔 35억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산탄데르의 제이슨 케니 애널리스트는 “BP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원을 보유한 것이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현금 흐름과 수익성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제 유가는 장중 배럴당 43.58달러까지 하락,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밀린 뒤 44달러 선을 회복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