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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남 1970’의 메가폰을 잡은 유하 감독(오른쪽)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뉴스핌DB] |
시대의 정신과 풍경을 언어로 포착해냈던 시인 유하는 지난 1993년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감독으로 데뷔, 두 번째 작품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통해 결혼과 동거에 대한 도발적 시선을 보여줬다.
그는 작품들의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에 일체화된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를 통해 점차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후 자신이 지나온 엄혹한 고교 시절을 기초로 한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폭력의 시대를 영화적 향수의 대상으로 극화해 낸 유하 감독은 ‘비열한 거리’로 스타일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한국형 느와르를 선보였다.
그는 2008년 왕실 사극 ‘쌍화점’, 2012년 형사물 ‘하울링’을 선보이면서도 중심이 아닌 주변부 인물을 스토리의 핵에 놓는 고집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강남 1970’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영화적 발원지인 ‘강남’과 ‘1970년대’로 눈을 돌렸다.
‘강남 1970’은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되던 시절, 가진 것 없이 그저 잘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향해 날아올랐던 두 청춘의 이야기. 유하 감독은 꿈을 향해 도약했던 청춘들이 결국 그들이 선 거리가 욕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비열한 거리’였음을 깨닫게 되는 비극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동시에 강남땅을 둘러싼 이권 다툼 속에서 가진 것 없이 폭력에 기댈 수밖에 없던 길 위의 젊음을 그리며 10년에 걸친 ‘거리 3부작’을 완결했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가 제도 교육이 어떻게 폭력을 만들어 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비열한 거리’는 돈이 어떻게 폭력성을 소비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강남 1970’은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라며 “세 작품 모두 거리에서 배회하는 뒤틀린 폭력적인 청춘을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거리 3부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 ‘강남 1970’은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1일 개봉 이후 이민호와 김래원의 만남, 정진영, 김설현, 유승목, 김지수 등 연기파 배우들로 짜인 탄탄한 조연진의 호연으로 호평받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