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쎄시봉’에서 트리오 쎄시봉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조복래, 강하늘, 정우(왼쪽부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자칭 쎄시봉의 전속 프로듀서 이장희(진구·장현성)는 우연히 오근태(정우·김윤석)의 중저음 목소리를 듣고 윤형주와 송창식의 빈틈을 채워줄 ‘숨은 원석’임을 직감한다. 기타 코드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오근태는 이장희의 꼬임에 ‘트리오 쎄시봉’ 마지막 멤버로 합류한다. 그리고 그 시절, 모든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김희애)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그녀를 위해 노래 부르리라 결심한다.
영화 ‘쎄시봉’(제작 제이필름·무브픽쳐스,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이장희의 내레이션을 따라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와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의 ‘웨딩케이크’에 중심을 두고 흘러간다. 김현석 감독은 모든 이들의 추억 한가운데 자리 잡은 쎄시봉에 허구적 사실을 더해 로맨스물로 재탄생시켰다. 뻔해서 외면받을 수 있는 로맨스를 모두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쎄시봉이라는 리얼리티를 이용해 영리하게 풀어간 셈이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사랑 이야기에만 치중하는 감은 있다. 물론 장르가 로맨스이긴 하나, 영화의 중심이 쎄시봉이 아닌 허구의 인물 오근태와 민자영의 멜로로 완전히 넘어가 버리는 점은 아쉽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추억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청춘남녀의 로맨스를 위한 배경으로 머무른다. 하지만 이는 개인적 취향, 혹은 나잇대에 따라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이다.
지루하지 않게 짜인 구성은 영화의 강점이다. 사실 러닝타임이 짧지는 않다. 짧게나마 추억을 음미하고 풋풋했던 옛사랑의 기억을 되짚기에 122분은 되레 긴 시간이다. 하지만 감독은 깨알 에피소드를 삽입,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재미를 줬다.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정우·강하늘·조복래의 수준급 노래 실력과 완벽한 화음은 듣는 즐거움을 준다. 반복되는 고백(?) 에피소드의 경우 트윈폴리오의 ‘담뱃가게 아가씨’를 개사, 설명하는 재치있는 전개 방식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영화 ‘쎄시봉’에서 멜로 연기를 펼친 배우 한효주(왼쪽)와 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강하늘·조복래·진구 등 ‘쎄시봉’ 친구들의 매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고 살려고 음악 한다고 외치는 ‘음악천재’ 송창식 역의 조복래, 연세대학교 의대생 ‘엄친아’ 윤형주 역의 강하늘은 뛰어난 가창력이라는 강점에 자신만의 매력을 덧입히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반면 20대 이장희를 연기한 진구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마초 매력을 발산한다.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으로 분한 한효주의 연기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서 가족사(?)로 영화 외적인 잡음을 만들긴 했으나 영화 속 그의 연기만 놓고 봤을 때는 흠잡을 데 없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남자를 향해 “알아”라고 받아치는 도도함부터 그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흘리는 눈물까지, 20대 민자영에 완전히 몰입한 한효주는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과시한다.
여기에 마지막 30여 분을 남겨두고 정우·한효주·진구를 대신할 40대 배우 김윤석·김희애·장현성이 차례로 등장, (스토리 면에서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으나)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오는 2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