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호봉제 개편 불가피" VS 노조 "국내 여건상 불가능"
[뉴스핌=강효은 기자]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사측과 노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사측은 임금체계의 현실화를 위해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인 '호봉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현대차 노조는 "국내 여건상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오는 4월 노조측의 파업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주목된다.
27일 현대차 및 현대차 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합의에 따라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개선위원회는 오는 3월31일까지 새로운 통상임금 기준 적용 시점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선 시행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사측과 노측은 각각 전문위원 교수 2명씩을 구성해 연구 중에 있으며, 새로운 임금체계 방안에 대한 노사의 대략적인 합의안은 2월 중순께 나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회사측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없애고 생산 숙련도, 생산성, 근무태도 등을 반영한 '신 연봉제'를 개선위원회에 제안할 계획이다.
사측은 현재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인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상승하는 고비용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60세 정년과 매년 법보다 높은 수준의 정년을 원하는 노조의 요구가 더해져 근로자 고령화에 따른 고임금·저생산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무·능력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숙련 단계별 임금제 등 임금제도의 유연화 없이는 국내에서 기업경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측이 임금제도 유연화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독일식 임금체계다. 앞서 개선위원회는 최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선진임금제도에 대한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의 임금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임금 그룹을 10등급으로 나눠 지급하게 된다.
현대차 측은 통상임금 1심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대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면서 "비효율적인 현 연공서열식 임 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은 전혀 다른 사안"일 뿐더러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또한 사측이 주장하는 선진임금체계 개편은 참고사항은 될 수 있지만 현재 국내 복지 수준으로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황기태 현대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선진임금체계는) 복지가 잘 돼 있는 독일 등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내 여건으론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대차 노조 또한 최근 발간한 소식지에서 "노조 설립 초기에 임금차등지급 금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지금도 단체협약 제 25조에 명시돼 있다"면서 "회사는 노사간 신의성실과 상호존중의 기본예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연공을 허무는 임금체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3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최종 합의를 앞두고도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임금체계 개편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또한 노조가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키로 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에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조측 관계자는 "합의가 3월 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 등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란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강효은 기자 (heun2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