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모드’는 자살 시도가 버릇인 19세 소년 해롤드(강하늘)가 죽음을 앞둔 80세 할머니 모드(박정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두 사람의 소통을 그린다. 질풍노도의 소년과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할머니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마치 예쁜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는 것처럼 잔잔하고도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모드는 삶을 지루해하는 젊은 청년에게 삶을 만끽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춤추고 노래하는 법, 술과 물담배의 느낌, 우주 너머에 있는 별들의 찬란함 등. 극적인 사건이나 갈등 구도는 없지만, 그럼에도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몰입도를 유지한다. 모드의 지혜와 가르침은 인생으로부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한 격려처럼 들린다. 무대와 객석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면서 놀라운 공감의 힘이 발휘된다.
-“반항? 그건 매일 하고 있지. 하지만 더 이상 방패는 필요 없어. 모든 걸 포용했으니까.”
-“‘그리고 이것 또한 사라져간다’…. 그 말이 옳았어. 그 말을 잘 생각해 봐. 인생을 만끽하면서 살 수 있을 거야.”
-“두 손을 뻗어! 기회를 잡아! 뛸 수 있을 만큼 뛰는 거야.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경기장 밖에서 할 얘기가 아무것도 없어.”
극 중 모드의 주옥 같은 대사들이 잔잔한 파문을 남긴다. 진정한 소통을 통한 감동, 삶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담담히 흐르는 가운데, 툭툭 튀어나오는 의미심장한 유머가 풍미를 더한다. 만능 열쇠꾸러미, 바다표범, 냄새기계, 요들송 등 재치 있는 소재들이 객석을 연신 웃음으로 물들인다.
인기드라마 ‘미생’에 출연해 주가를 높인 강하늘은 앞서 뮤지컬 ‘쓰릴미’ ‘스프링 어웨이크닝’ ‘블랙메리포핀스’ ‘어쌔신’ 등으로 무대에 섰다. 데뷔 이후 연극은 처음이지만,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무리 없이 해롤드 역할을 소화 중이다. 현재 영화 ‘순수의 시대’ ‘쎄시봉’ ‘스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정자, 강하늘 주연 연극 ‘해롤드&모드’에는 배우 우현주(체이슨 부인 역), 홍원기(신부 역), 김대진(정원사 역), 이화정(멀티, 7개 역할)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 한다.
삶에 대해,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전하는 연극 ‘해롤드&모드’는 오는 3월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만 13세 이상 관람가. 3만~6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샘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