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야, 줘봐” 이 한마디로 주말 저녁 일요병에 허덕이는 남성들을 모두 구제했다. 방송 이후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 검색어 장악은 물론, 이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애교’, ‘야, 줘봐’가 연관 검색어로 제일 앞에 뜬다. 예상치 못한 애교에 친구 이승기마저 손에 든 힌트를 순순히 건네버렸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 남심을 초토화한 배우 문채원(29)의 이야기다.
같은 여자가 봐도 귀엽다. 천천히 내뱉는 다소 어눌한 말투, 이야기할 때면 함께 움직이는 크고 작은 동작까지. 나이 서른을 앞둔 여자가 뭘 이렇게까지 귀여울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마주한 문채원을 보고 있자니 정말이지 ‘런닝맨’에서 본 애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레 그간 드라마를 통해 쌓아온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와 간극이 있어 보였다.
결국 “애교가 그냥 몸에 배어 있다”는 첫인상을 말했더니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잉?” 하고 놀랐다. 그러더니 이내 “엄마가 저 이 일 한다고 했을 때 너 같이 뻣뻣한 애가 어떻게 하느냐고 깜짝 놀랐다”며 배시시 웃었다. “평소에는 천천히 말하는 걸 선호해서 그렇다. 연기할 때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라는 설명도 덧붙이면서.
프레임 안에서는 누구보다 프로답고 멋지게, 일에서 벗어나면 조금은 자유롭고 귀엽게. 프로모션 인터뷰차 만난 문채원은 그의 신작 ‘오늘의 연애’(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팝콘필름) 속 현우와 똑 닮았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는 여자친구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다가 항상 100일도 못 가 차이는 초등학교 교사 준수와 인기 기상캐스터 현우, 18년 동안 ‘썸’ 타는 중인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제 뚜껑은 열렸으니까 그저 보시는 분들이 재밌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우리 영화로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드리고 싶은 마음이고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는 흥겨웠어요. 원래 알고 있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난 게 아니라서 특별히 놀란 부분은 없어요. 다만 영화를 찍을 땐 제가 나오는 부분만 보고 다른 분들의 과정은 함께 하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었죠.”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리저리 화제 몰이를 하며 대중의 기대감을 높였다. ‘너는 내 운명’ 박진표 감독의 귀환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문채원과 이승기의 케미도 크게 작용했다. 문채원은 드라마 ‘찬란한 유산’ 이후 6년 만에 이승기와 재회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변한 게 하나 있다. 과거에는 이승기를 짝사랑하는 처지였는데 이젠 이승기를 손안에 두고 쥐락펴락한다. 그것도 자그마치 18년 동안이나 밀당을 해가면서.
“좋았죠. 과거 드라마에서는 분량이 3~4일 정도 붙다가 나중에는 엄마 역할이신 김미숙 선생님과만 붙여놔서 아쉬움이 좀 남았거든요(웃음). 근데 이렇게 오랜 친구로 나오는데 또 제가 사랑과 애정을 받고, 챙겨짐을 받는 입장이라 좋았어요. 그 과정도 즐거웠고요. (이)승기 씨랑은 좋은 연이라고 생각해요. 장나라, 장혁 선배의 모습도 굉장히 보기 좋잖아요. 수많은 배우 중에서 다시 만나서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건 둘이 잘 맞아 보였기 때문 아니겠어요?”
“이번엔 사랑받아 행복하다”는 문채원은 ‘오늘의 연애’에서 이승기 외에도 두 남자의 애정공세를 받는다. 회사 선배 동진(이서진)과 준수의 군대 선임이자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앤드류(정준영)가 현우에게 빠진 또 다른 남자들. 언제나 뒤에 서서 현우를 지켜봐 주는 동갑내기 준수, 능력 있는 연상남 동진, 앞뒤 잴 것 없이 들이대는 패기의 연하남 앤드류까지, 그야말로 남자 복이 터졌다. 그렇다면 실제 문채원은 어떤 스타일의 남자가 끌릴까.
“셋 중에는 준수가 가장 낫지 않나요?(웃음) 가장 지질해 보이고 지나치게 소탈하나 은근히 우직하고 제일 남자답다고 생각해요. 전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준수 같은 캐릭터가 허당기와 빈틈은 있지만, 유머러스함이 존재하는 듯해요. 게다가 준수한 외모까지 갖췄죠. 연하남 앤드류는 아무리 잘생겨도 언짢을 듯해요. 아이 같잖아요. 동진 역시 자기 자신이 기장 중요한, 사랑할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죠.”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리얼한 주사연기를 펼친 배우 문채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망가진다는 거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오히려 스태프를 의식하거나 관객들이 날 어떻게 볼까 걱정한다면 연기하는 저도 재미가 없고 보시는 분도 흥겹지 않으실 거예요. 정말 몸 연기는 몸이 가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막춤 같은 경우는 제가 원래 배가 먼저 나가더라고요(웃음). 잘 추지 못해서 그렇지 워낙 흥이 많아서 춤추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직업상 클럽에 가거나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작품에서나마 더 재밌게 한 거죠.”
지난 2011년 ‘최종병기 활’ 이후로 스크린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최근 관객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겨울 강제규 감독의 단편 영화 ‘민우씨 오는 날’을 포함해 ‘오늘의 연애’, 그리고 유연석과 한창 촬영 중인 ‘그날의 분위기’까지 모두 로맨스 장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말에 “정말 그러네요”라고 반문하는 걸 보니 의도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고 싶은 장르가 멜로에 국한된 건 아니죠. 다만 여배우가 어떤 감정의 희로애락을 보여줄 수 있고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무래도 멜로 장르가 많은 거죠. 저 역시 스릴러를 좋아하고 드라마적 요소가 많은 캐릭터를 좋아해요. 캐릭터가 수동적, 능동적인 걸 떠나서 멜로 안에서도 이런 세 작품을 한 이유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평범한 요소를 연기하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서 디테일한 연기 폭을 넓히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의 연애’ 홍보 틈틈이 이어가고 있는 ‘그날의 분위기’는 (인터뷰 당시를 기점으로) 6회차 촬영을 남겨둔 상황이다. 방학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던 그는 ‘그날의 분위기’ 촬영까지 마무리되면 여행도 가고 싶고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 때문에 꽤 오래 보지 못한 친구들과도 소소한 수다를 떨고싶다.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평범한 일상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인듯해요. 없을 법한 캐릭터로 몇 개월 살면서 연구하고 파고다니까 평범한 거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거죠. 그리고 올해는 제 나름의 목표가 하나 있는데 이성이든 동성이든 덕이 있는 넓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물론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제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좋은 책과 영화도 많이 보고, 그걸 모두 흡수할 수 있는 덕이 많이 쌓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웃음).”
“연애?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