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연기파 크리스토프 왈츠와 에이미 아담스가 팀 버튼의 신작 ‘빅 아이즈’에서 격돌한다.
28일 개봉하는 팀 버튼 감독의 ‘빅 아이즈’는 1960년대 미국에서 대유행한 눈이 큰 아이 그림 ‘빅 아이즈’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이 유년시절 실제 접하며 영화적 영감을 키운 ‘빅 아이즈’는 당시 미술계를 강타한 마가렛 킨과 월터 킨 부부의 비밀스런 계약 끝에 세상에 나왔다.
영화는 딸만 데리고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싱글맘 마가렛(에이미 아담스)이 타고난 사업가에 말재주가 뛰어난 월터(크리스토프 왈츠)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한적한 주말, 거리에서 각자 그린 그림을 판매하며 만난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마가렛의 그림이 잘 팔린단 걸 눈치챈 월터가 위험한 제안을 하면서 극의 긴장감이 점차 고조된다.
아내의 그림을 자기 것으로 속여 세간의 주목을 받는 월터. 마가렛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골방에 숨어 기계마냥 그림 ‘빅 아이즈’를 찍어낸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언젠가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킨 부부에게는 엄청난 대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영화 ‘빅 아이즈’는 팀 버튼 특유의 상상력은 줄이는 대신, 세계가 인정한 두 연기파를 내세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우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빛나는 크리스토프 왈츠에 주목하자.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의 한스 대령을 통해 엄청난 연기력을 과시했던 크리스토프 왈츠는 성공을 위해 아내마저 속이는 비열한 사내 월터 킨으로 변신했다. 그가 연기한 월터는 비록 돈밖에 모르지만, 재담가로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유쾌한 면도 있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비즈니스에 관해선 천부적인 수완을 가진 복합적인 월터 캐릭터를 자기 인생처럼 펼쳐 보이며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단박에 허물어버린다.
이에 맞서는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아카데미상 5회 노미네이트, 그리고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2회(‘빅 아이즈’ 포함) 수상에 빛나는 이 연기파 배우는 자신을 골방에 가둔 채 세상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남편에게 복수하는 통쾌한 연기로 런닝타임 내내 시선을 잡아끈다.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온갖 희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던 마가렛이 월터의 그늘에서 나와 소리치는 장면에선 막힌 속이 다 후련해진다.
앞서 언급했듯 팀 버튼 하면 절로 기대하게 되는 상상력이 빠졌다는 점, 그리고 두 배우의 연기대결을 빼고는 극의 장력을 유지할 별도의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 ‘빅 아이즈’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여담이지만 객석의 노스탤지어를 마구 자극하는 1960년대 미국 그대로의 풍경과 패션에는 정말 감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판씨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