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 무산 여파 현대글로비스, 하한가...현대모비스, 11% 급등
[뉴스핌=이에라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하한가로 떨어지자 현대차그룹주를 편입하는 펀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의 한전 부지 고가매입 논란에 이어 현대글로비스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무산이 주가를 끌어내리며 그룹주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까지 급락, 하한가로 마감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9만여주, 5만3000여주의 매물을 쏟아냈다.
현대모비스는 11.55% 급등, 26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기관은 2만6000여주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12만주 넘게 주식을 쓸어담었다.
이는 현대글로비스의 블록딜이 무산된 여파로 풀이된다. 전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를 매각키로 했지만, 기관 참여 저조로 무산됐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무산되면서 오버행 이슈가 부담이 될 것"이라며 "그런 우려 때문에 주가가 눌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전체 현대차그룹주펀드(ETF제외)의 운용 순자산은 559억원이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6.05%로 일반주식형펀드(-3.29%) 보다 부진했다. 지난해 10월 초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는 '키움현대차그룹과함께자 1[주식]'(9.74%), '현대현대그룹플러스분할매수목표전환 1[주혼]'(7.83%), '현대현대그룹플러스 1[주식][모]'(7.74%) 등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크게 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블록딜이 무산되면서 지배구조 이슈에 따른 프리미엄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반면 저평가 됐던 현대모비스는 주가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들이 글로비스를 팔고, 대신 모비스를 사기 때문에 급등하는 것"이라며 "이미 보유 중인 모비스는 일부 매도해 차익실현하는 것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기 때문에 모비스가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다시 이어지는 순환출자다. 순환출자구조에서 모비스 지분을 하나도 들고 있지 않는 정 부회장이 어떻게 이를 확보할 지가 시장의 관심사항이다.
현대차그룹주펀드를 운용하는 A펀드매니저는 "최근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되면서 글로비스는 비싼 주식, 모비스는 싼 주식이라는 인식이 많았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주가가 정상화되는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가 사업성이 훼손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2일간 조정을 받은 뒤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매니저는 "블록딜 무산으로 그룹 내 글로비스 위상이 심각하게 나빠지거나, 시총이 반토막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전체 현대차그룹주 시총이 이미 많이 감소한 상황이라 그룹주펀드에 대한 매수를 고려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현대모비스 등의 다른 현대차그룹주의 강세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가 당분간 주가를 끌어갈 것이란 기대에서다.
C 자문사 관계자는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나중에 현대차, 기아차가 갖고 있던 모비스 지분을 사겠다는 의도가 다 드러난 것"이라며 "모비스로 출발하는 지주회사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분명한데 변칙을 쓰지 않겠다는 속내를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비스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글로비스 지분을 더 팔아야 하기 때문에 모비스 주가가 많이 올라가는 것을 대주주가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길게 보면 주가 방향이 좋을 수는 있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