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물 강세 이례적…30년물 수익률 2.47%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1월 12일 오후 4시 32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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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해 글로벌 채권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연중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유럽 주요국과 주변국 채권 가격은 연중 내내 급등세를 지속했으며 수익률은 연간 53~72% 가량 하락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채권수익률은 27~42%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등의 국채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연간 채권수익률도 20% 넘게 떨어졌다.
반면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자원 수출국들의 채권수익률은 지난해 하반기 국제유가 급락 현상에 따라 타격이 우려되고 강세흐름이 둔화되며 연간 기준 한 자릿수대 하락에 그쳤다.
환율과 재정불안 등 경제위기가 부각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루블화 폭락으로 지난해 연초 채권수익률이 7.7%대에 있던 것이 지난해 말 14.1%까지 급상승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자금 몰려
새해 초부터 글로벌 시장에선 안전자산으로의 회귀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가불안과 유럽 디플레이션 우려, 러시아 루블화 폭락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큰 손들의 매수세가 앞다투어 안전자산으로 강하게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 국제유가는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브렌트유 등은 모두 배럴당 50달러선이 붕괴됐다.
반면 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2%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만 해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고점으로 2.30%를 기록했으나 연초 이후 국채시장이 강력한 랠리를 나타내면서 지난 주말 현재 1.95%까지 급격히 떨어져 있다.
마이클 크리든 트레디텀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연초에는 대부분 채권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 경향이 많았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만족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 장기물 강세 이례적…30년물 수익률 2.5%대 아래로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국채 장기물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주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2.47%까지 떨어져 지난 2012년 7월 기록한 사상최저치인 2.44%를 위협하고 있다. 바클레이스 집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장기물 가격은 올해 연초 이후 4.3% 상승했으며 최근 12개월동안 32%대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각국 국채수익률 하락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글로벌 경기 불안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윌리엄 오도넬 RBS증권 채권 전략가는 "글로벌 채권시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과 미국 경기 회복, 인플레이션 전망치 등을 반영하고 있다"며 "채권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중앙은행들이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화살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ECB, 대규모 양적완화 시행 초읽기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을 포함한 대규모 양적완화(QE) 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안오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 경기 회복을 위해 최대 5000억유로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시행을 검토 중이다.
일단 투자등급 유로존 국채를 대상으로 매입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경우 그리스와 키프로스 국채는 매입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위기 상태에 있는 국가들에 대한 국채 매입 등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양적완화의 정책적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CB의 양적완화 결정은 오는 22일 정책회의나 25일 그리스 총선 등의 일정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며 전반적으로 채권보유자들에게는 호재로 보이지만 매도타이밍으로 작용하면서 단기 매물이 출회될 수도 있다.
애드리언 밀러 GMP증권 채권전략부문 담당은 "ECB와 일본은행이 공격적인 경기 부양 조치들을 내놓고 있지만 언젠가는 미국 연준이 긴축으로 돌아서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대량 매집을 하고 났을 때 국채 시장 흐름이 반전한다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아시아 채권도 강세 지속…안전자산 선호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과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각국 국채에도 투자자가 몰리며 각국 국채 수익률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한국과 호주의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비롯, 태국도 지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강세를 나타냈다. 필리핀 국채 역시 수요조사 결과 예상보다 높은 매수세가 몰리며 당초보다 낮은 수익률로 발행이 이뤄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주요 펀드들이 안전한 자산, 특히 국채로 옮겨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중국과 한국 채권시장 등에서는 최근 유가 하락과 물가상승률 둔화로 인해 채권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2% 하락할 경우 신흥국 시장의 소비자 물가는 0.6%p(포인트) 감소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지금의 안정적 통화 정책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통화정책은 긴축과 완화 가운데 적절한 조정을 통한 신축적인 운용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 신흥국 시장혼란 당분간 지속될 듯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과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부각된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가장 먼저 서방의 경제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는 최근 저유가 지속으로 국가 경제가 붕괴할 위험을 맞고 있다. 러시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11월말 10.6%대였으나 연말에는 14.1%대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수출로 전체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아래에서 장기간 맴돌 경우 러시아의 재정 균형은 확보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2%가 넘는 국채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브라질도 당장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시장 불안감 등으로 투자금을 대거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한 디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점차 실망으로 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어 언제든 일시적인 자금이탈 충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 간에 엇갈린 흐름이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글로벌 국가들 간 양극화가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미국은 향후 글로벌 경제 둔화에 맞서 싸워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