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름값 인하를 놓고 정부와 업계 대립
▲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오른쪽 두 번째)이 9일 서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열린 `국내 석유 및 LPG 유통업계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뉴스핌=정경환 기자]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기름값 인하를 놓고 정부와 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에 유통 마진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반면, 업계는 세금부터 내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9일 정부와 석유·LPG업계 대표단은 서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간담회를 갖고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유가 인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을 비롯해 이용환 산업부 석유산업과장, 이호현 산업부 가스산업과장,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팀장, 정회환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장,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홍준석 대한LPG협회장, 김문식 주유소협회장, 정원철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장 등 총 10여 명이 참석했다.
채 국장은 이 자리에서 "일부 유통 단계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휘발유의 경우 서울 관악구 내 최고가와 최저가 간의 차이가 750원, 구로구 내에선 696원에 이르는데, 이는 시장 원리나 기업 전략, 부대서비스 등을 감안한다 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것.
채 국장은 "석유제품 가격을 공개해 공정 경쟁을 유도, 최종적으로 소비자가격 인하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며 "7개 광역시를 기준으로 주유소 가격을 조사해 매주 언론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업계는 유감을 표했다. 정부가 유류세는 건드리지 않고 유통마진만 줄이라고 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90%에 이르는 주유소들이 국제유가 하락분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기름값 차이가 700원이나 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일부, 약 4% 정도 되는 주유소들의 사례를 기준으로 통계를 낸 것으로, 참으로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통마진에는 카드결제비용과 기타 준조세 성격을 갖는 비용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이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게다가 비싸게 들여온 걸 싸게 판다면 재고손실 또한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업계 간의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유류세 조정을 통해 충분히 기름값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주목된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팀장은 "유류세 중 탄력세를 조정해 유가를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그리고 주행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름값의 약 5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교통에너지환경세 내 탄력세 부분을 조정함으로써 기름값을 인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탄력세에 대해서는 ±30% 조정이 가능하다"며 "현재 11.37% 비율로 탄력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이를 0%까지 내리면 (기름값이) 리터(ℓ) 당 76.15원, 30%까지 내리면 277.08원 하락한다"고 말했다.
채 국장은 이와 관련, "오늘 간담회가 유류세 조정까지 논하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세금 조정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금은 그 자체의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이라며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한 재정수입을 위한 것인데다, 유류세를 줄이면 결국 다른 세금을 올려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