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도·한국 등 '수혜' vs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울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국제유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지속하면서 기어코 50달러선을 뚫고 내려갔다. 더욱이 추가 하락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가별 희비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속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로 장중 49.95달러까지 밀렸다.
일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밀린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당분간은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가 급락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국에 미칠 경제적 손익을 계산하는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 저유가에 '화색' 도는 나라들은?
전문가들은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유가 하락의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IHS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지브 비스워스는 유가 하락으로 아태지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5~0.5% 정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수혜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한국과 태국을 저유가 최대 수혜국으로 꼽았다. 유가가 10% 내릴 때마다 한국과 태국의 GDP가 0.45%씩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캐피탈이코노믹스 역시 한국과 태국은 물론, 필리핀과 대만이 저유가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저유가 수혜국으로 터키와 인도,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BNP파리바 터키증시대표 셀림 야지치는 "유가가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45억달러씩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고속성장으로 석유 생산국에서 석유 순수입국이 된 인도네시아는 경상적자의 원인이 됐던 연료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데 저유가 덕분에 성장 둔화 부담을 덜어내게 됐다는 평가다. 경상수지 개선에 힘쓰고 있는 인도도 저유가 덕분에 정부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 밖에 캐나다도 수혜국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로얄뱅크오브캐나다는 유가 하락으로 캐나다인들의 지출 여력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소비력 개선으로 대미 수출 증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유가에 '울상'인 국가들은?
반면 석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은 추락하는 유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체 재정수입의 약 70%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조달하는 러시아는 서방제재와 루블화 하락으로 인한 타격까지 더해져 침체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도이체방크 등은 러시아가 예산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98달러 수준이어야 한다고 추산했다.
피치와 IMF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저유가 주요 피해국으로 꼽았다.
이미 5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유가가 117.5달러, 이란의 경우 최소 130.7달러가 돼야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유가로 경기 개선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에 대해서도 저유가로 인한 비관적 전망이 제시됐다. 투자전문 사이트 시킹알파는 저유가로 셰일가스 붐이 꺼지고 관련 일자리 축소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