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시장점유율에 대한 강력한 일격"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정부가 사실상 원유에 가까운 '초경질유' 수출을 허용함에 따라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간 석유전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이 원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 지난 40년간 이어온 원유 수출금지 빗장을 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자재 전문매체 마이닝닷컴은 지난 31일(현지시각) 미 상무부 산업보안국이 셰일 업체들의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출을 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이에 따라 미국의 원유수출 한도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기존에는 하루 20만배럴로 정해져 있엇으나, 올해 중순부터는 5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닝닷컴은 이번 조치를 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국제유가 시장 지배력에 강력한 일격을 가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975년 아랍 국가들이 석유금수 조치를 내리자 이에 맞서기 위해 자국 내에서 시추된 원유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 규정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가솔린·디젤 등 정제유 수출은 허용하지만 비정제원유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셰일혁명'을 계기로 지난 40년간 유지했던 에너지 봉쇄정책에 전환점을 맞게 됐다. 셰일가스 개발로 원유생산이 급증한 탓에 미국 내 정제설비로는 감당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밖에도 초경질유를 '수출 가능한 비정제 원유'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규정의 허점이 발견되자 미국에서도 원유수출 확대의 길이 열렸다. 앞서 미국 에너지 업체 2곳은 지난해 6월에 40년래 처음으로 초경질유 수출 허가를 받았다.
산업보안국은 이번에 셰일 업체들의 원유수출을 허용하면서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자주 하는 질문들(FAQ)' 형식으로 내놓았다. 이는 규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막는 동시에 최근 유가폭락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셰일업체의 판로확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이번에 수출을 허용한 초경질유는 비정제유로 분류된다. 비정제유는 정제된 기름은 아니지만 원유도 아닌 상태로, 스플리터(splitter)라는 설비로 가공한 콘덴세이트를 의미한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로, 정제하면 항공유·가솔린·디젤유를 뽑아낼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로 미국과 OPEC 회원국들의 대립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들은 원유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유가 하락을 용인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마이닝닷컴은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들과 더 치열한 석유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