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 10조7000억 만기 도래..보유지분 처분ㆍ해외법인 정리 총력전
[뉴스핌=정경환 기자] 현대중공업이 7개월여 만에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1일 재개된 제70차 임단협 교섭에서 노사가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이번 잠정 합의안은 오는 7일 노조 찬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첫 상견례 이후, 7개월 여를 끌어왔던 임단협이 타결 수순에 들어가면서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3조2273억원(연결기준)에 달하는 데다, 4분기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유례없는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유재훈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7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 안정화되긴 하겠지만 2015년까지는 저수익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권오갑 사장을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선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2014년 9월 말 기준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금융부채는 약 10조7000억원 규모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18일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포스코 지분 87만2000주 전부를 팔아 2864억원의 현금을 마련했으며, 같은 달 20일에는 현대삼호중공업이 갖고 있던 KCC 주식 80만3000주(7.63%)를 주당 51만7000원에 처분한 바 있다.
이어 5일 뒤인 25일에는 사모펀드를 통해 보유 중이던 한전기술 지분 4.69%를 1048억원에 매각했으며, 지난달 15일에는 43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한 해외법인들을 정리하기 위해 현재 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이미 고강도 개혁 계획을 통해서도 밝힌 바 있듯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한계에 봉착한 해외법인들을 대상으로 실사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의 자산 매각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도 관심이다. 지난 3분기 현재 현대중공업은 현대차 지분 2%, 현대상선 지분 12.85%,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11%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미포조선이 KCC 지분 3.77%,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상선 6.19%, 현대차 1.03%, 포스코 1.50%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모두를 이날 현재가로 계산하면 총 2조3000억원 가량에 이르는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일련의 자산 매각은) 회사가 당장 어려운 상황이라서가 아니다"라며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커진 시장 우려를 선제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한 의지로 보면 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추가적인 자산 매각 계획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는 물론 현대중공업은 인사를 통한 사기 진작 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5일 승진 및 특진률을 대폭 높인 직원 인사를 조기 실시, 다가오는 2015년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체제 정비를 마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찬반 투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임단협도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면서 "현대중공업에 있어 2015년은 경쟁력 회복을 통한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날 2015년 별도기준으로 24조3259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3년 24조2827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2014년이 2013년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최근 경영진의 재무구조개선 노력 등으로 조금씩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며 "기업가치 향상에 가장 중요한 본업 개선에 있어서도, 수주와 실적에서 2015년은 개선의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