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임원 승진자 100명 중 여성은 단 1명..삼성ㆍLG도 고위직 진출 어려워
[뉴스핌=추연숙 기자]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남성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대기업에서 여성이 '별(임원)'을 달고 승승장구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유리천장'이 여전히 두터운 탓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작년 말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여성은 20명이다. 이는 전체 임원 승진자(1033명)의 1.9%에 불과한 것으로, 대기업에서 여성이 남성을 제치고 임원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4명(3.1%)으로 가장 많았으며, 현대차는 전체 임원 승진자의 0.7%인 3명이 여성이었다. SK와 LG는 각각 2명씩의 여성 승진자를 배출했다.
여성의 낮은 승진 비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말 4대그룹 인사에서 전체 승진자 1084명 중 여성은 21명으로, 1.9%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 말 인사에서도 전체(1162명)의 2.2%(25명)만 여성으로 채워졌다.
그나마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활발한 그룹은 삼성과 LG다. 삼성그룹의 최근 3년간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여성은 총 41명으로, 전체의 3.1%였다. LG그룹도 전체 임원 승진자의 3.3%인 12명이 여성이었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의 등용문이 좁았다. 현대차그룹의 지난 3년간 임원 인사에서 여성은 총 8명으로 0.6%에 불과했다. 임원 승진자 100명 가운데 여성은 채 1명이 안되는 셈이다. SK그룹도 전체의 1.6%인 6명만이 여성이었다.
여성이 힘들게 임원 자리에 오르더라도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는 더욱 어렵다. 올해 4대 그룹에서 임원 인사 명단에 오른 여성 20명 중 부사장급 이상은 없었다. 전무 이상 승진도 삼성전자 하혜승 전무가 유일했다.
4대그룹의 현실은 우리나라 기업 전반에 퍼져있는 '유리천장'의 강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한 기업지배분석 기관인 GMI레이팅스에 따르면 2013년 3월 말 기준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45개 조사국 가운데 1.1%를 기록한 일본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유리천장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11월부터 기업이 사업보고서 등에 임원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때 성별을 표기하도록 했다. 성별을 밝히게 하면 전 세계에서 유독 낮은 우리나라의 여성 임원 비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4대 그룹의 여성 임원 승진자 비율은 오히려 떨어져 제도시행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고위관리직(임원급)에 최소 30%를 여성으로 임명하는 여성임원할당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기업에 대해 여성임원을 할당하는 법안이 국내에서 논의된 사례가 없어 당장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다만, 사기업의 인사문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 등으로 공백이 갖는 경우가 있다”며 “조직관리 차원에서도 아직은 남성을 대체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