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코오롱글로벌 등 재무상태 취약..동부건설, 장기 적자에 결국 무너져
[뉴스핌=이동훈 기자] 재무구조가 악화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장기간 손실이 지속된 데다 현금성 자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확대는커녕 회사채, 금융이자 등을 해결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태다.
5일 건설업계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중견 건설사들의 현금성 자산이 회사채 발행 규모를 밑돌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을 비롯해 수표, 예금 등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회사채 상환은 일반적으로 차환 방식으로 해결한다. 새로 채권을 발행해 앞서 발생된 채권을 갚는 것이다. 하지만 차환이 막힐 경우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이 회사채 발생 규모를 밑돌면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 신용등급 BBB 이하는 차환 및 신규 발생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코오롱글로벌과 동부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으나 기관 수요가 전혀 없었다.
한신평 류승협 연구위원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A- 이상은 돼야 차환, 신규 발행에 어려움이 없고 BBB는 제약이 많을 받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 이외에도 실적, 현금 보유분, 전망 등이 검토되는데 건설사 회사채는 업황부진으로 인기가 상당히 낮다”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은 오는 3월 637억원, 5월 200억원 등 올해만 20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이자도 연간 1500억원 안팎을 부담하고 있다. 현금 보유분으로 회사채와 금융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9월 현재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086억원이다.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다. 새로 채권을 발행해 앞서 발생된 채권을 상환하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신용등급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채 차환이 어려질 수 있다. 2009년 A-를 기록했던 신용등급이 2010년 BBB+, 2012년에는 BBB로 내려앉았다. 투자등급의 마지막 선에 걸쳐있는 상태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적자가 지속돼 현금 사정이 악화됐지만 올해 회사채 차환, 상환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올해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면 자금 유동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표 송유미 기자) |
계룡건설산업도 자금 사정이 녹록치 않다. 이 회사는 오는 9월 200억원, 10월 100억원 등 올해 375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이를 포함해 2년 만기 도래하는 채권이 550억원 규모다.
계룡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816억원. 지난 2013년 말 1414억원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현재로선 연간 300억원 정도의 금융이자와 회사채 상환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 중장기 전망(Outlook)은 ′부정적′이다.
한라는 내년부터 회사채가 본격적으로 만기 도래한다. 채권 규모는 총 2155억원 규모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829억원 수준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좋다. 지난해 9월 현재 삼성물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2조832억원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1조4686억원에서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 규모가 커져 영업 잉여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3200억원. 신용등급이 AA-로 현금 상환 및 차환이 모두 양호하다.
현대건설은 현금성 자산으로 2조192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1조6730억원, 대우건설은 5674억원, GS건설은 1조6446억원 등을 단기간에 현금화 할 수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신규 채권 발행에 관심이 없다보니 회사채 차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공능력순위 25위인 동부건설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공사 부실에 대한 리스크(위험)가 여전하지만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어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