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국내 조선업의 해외 진출은 현재로선 실패 사례에 가깝다. 호황기에 앞다퉈 세운 해외법인들이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조선사들에게 '계륵'의 전락한 상황이다.
해체된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STX조선해양은 지난 9월 STX핀란드 매각을 완료했다. 아울러 STX조선해양은 중국 대련법인도 현재 정리 작업 중이다. 업황 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자율협약 체결 이후 경영정상화 노력의 일환"이라며 "유럽 법인 중 핀란드를 매각, 현재 STX프랑스만 남았으며, 중국의 대련법인도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한국 조선업이 위기다. 중국에 추월당한 상황에서 엔저에 힘입은 일본이 바싹 따라오고 있다.
2000년 대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조선은 중국에 밀려 2등 국가로 전락한 지 오래인데다 재기불능으로 여겨졌던 일본도 엔저를 등에 엎고 한국을 뒤쫓고 있다. 한 마디로 설상가상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수주량은 102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시장점유율 28.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30.3%에 비해 2%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빠졌다.
같은 기간 중국은 1460만CGT로 시장점유율 40.7%로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17.4%(1050만CGT)에서 19.8%(710만CGT)로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조선소들의 해외법인들은 불황 탈출 노력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경기 부진으로 조선업황이 좋지 않다"면서 "우리 베트남법인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루마니아법인은 현재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데, 루마니아 법인이 지난해 10억달러 가량 수주하면서 2007년 20억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에도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향후 실적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국내 조선사 빅3 중 삼성중공업은 중국법인이 영업법인이 아닌 생산공장이라 경쟁사들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빅3 외 한진중공업도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인해 만만치 않은 재무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진중공업에 대해 "수빅조선소에 대한 투자와 운전자금 부담으로 차입금이 증가한 이후, 건설 및 조선 업황 부진의 장기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당기순손실 폭이 확대되면서 재무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사들이 과거 호황기 시절 영토 확장을 꾀하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또는 유럽 등으로 진출했으나, 결국 계륵이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