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양도소득세는 시장을 죽이는 일”
[뉴스핌=고종민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파생시장 규제가 정점을 찍고 있다. 10년 넘게 끌어온 파생상품 과세가 양도소득세 부과로 일단락된 것. 국회가 지난 2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한 데 이어 25일 금융위원회가 2016년 해당 법안을 적용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이번 시행령은 오는 2016년 1월1일부터 부터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대해 연간 250만원을 기본 공제해주고, 나머지 차익은 10%의 세율 적용(소득세법상 20%이나 시행령에서 하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과세 대상은 장내파생상품 중 코스피200 선물·옵션과 해외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외국인투자자와 역차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손실이월 공제적용 요구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에 빠진 파생시장
정부의 파생상품 시장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가 5배로 인상됐고,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매도·매수 호가제한 제도가 시행됐다. 또 파생상품 투자자는 이달 8일부터 선물·옵션 투자를 하려면 기본예탁금 5000만원을 내고, 30시간 사전교육·50시간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나아가 양도소득세 과세까지 이뤄져 파생상품 금융투자업계는 울상이다. 펀드·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주식워런트증권(ELW) 등 간접투자상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핵심 거래 상위 상품들이 과세 대상에 오른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200 선물·옵션은 한국 세법 적용에 문제없겠지만 해외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어느 나라 법에 맞춰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결국 해외 상장 파생상품은 거래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생상품 양도소득세가 시행되면 강원랜드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과 같다"며 "이득을 본 돈의 일부를 내놓으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시행은 파생상품 시장을 죽이는 것"이라며 "런던증권거래소(LSE)와 스웨덴 CM 그룹의 합병 사례 같이 글로벌 거래소가 탄생하는 마당에 우리나라 거래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파생상품은 주식시장의 에어백(안전장치)인데, 안전장치가 제기능을 못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코스피 지수 하락률이 전 세계 6번째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모간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 선물이 홍콩 시장 등에 상장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국내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역차별 문제
향후 쟁점은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간의 과세 형평성과 손실이월 공제 적용 문제다.
국내외 투자자간 형평성 문제는 풀어내기 어려운 난제다. 외국인투자자는 조세특례법을 적용받아 양도차익 과세를 피해 갈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한국거래소 측은 국가 간 조세협약에 따라 외국인이라도 국내에서 세금 부과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조세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거주기간·거주지 등 파악의 어려움을 이유로 세금 부과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외국인 판단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초안 수준이지만 기재부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 거주자 판정기준을 강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에 1년 이상 살고 있는 곳(거소)를 둬야 거주자로 판단한다. 이를 악용해 조세회피 우려가 있어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거주자 판정기준을 183일 이상으로 강화키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들과 유사한 기준이다. 핵심은 거주지 파악인 만큼 적용 기간의 단축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과세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검은머리 외국인 투자로 돌아 설 수 있으며, 이 같은 음성적인 투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 손실이월 공제적용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일례로 손실이월 공제 도입을 전제로, 두 개의 금융상품이 결합된 상태에서 한 쪽은 이익을 보고 한 쪽은 손실이 난 경우 손실 부분을 인정해 다음 해 양도세에서 감면해줘야 한다. 또 투자자가 2016년 코스피200 선물·옵션에 1억원을 투자했다가 4000만원을 손실을 봤다고 가정하고, 2017년에는 2000만원의 수익을 봤다면 양도소득세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