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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올 연말, 최고의 가족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기사입력 : 2014년12월30일 08:44

최종수정 : 2014년12월30일 08:44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열연을 펼친 아역 배우 이레, 홍은택, 이지원(왼쪽부터)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뉴스핌=장주연 기자] 어느 순간 아빠와 함께 집이 사라져 버린 10살 소녀 지소(이레).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간다’는 엄마 정현(강혜정) 말만 믿고 동생 지석(홍은택)을 보살피며 미니 봉고차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엄마는 매일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지소는 지석과 친구 채랑(이지원)과 함께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한다. 개를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잣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어중간한 크기, 훔칠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고심 끝에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인 노부인(김혜자)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한다.

전체적인 스토리야 이미 영화화되기 전부터 진즉 인정받았다. 영화의 원작인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의 소설 ‘개를 훔치는 방법’은 무려 14개의 문학상, 협회 선정작에 노미네이트됐다. 물론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작가가 아닌 영미권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위험부담은 있었을 터. 하지만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 캐릭터 보강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는 그 여느 작품보다 탄탄한 이야기와 진한 감동을 품게 됐다.

이 때문에 영화의 관건은 (윌리 역의 개리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였다. 앞서 메가폰을 잡은 김성호 감독의 말처럼 한국에서 영화 만들기 가장 힘들다는 세 가지 조건, 개, 아이들, 최민수(?)를 ‘개를 훔치는 방법’은 모두 안고 가야 했다. 과정이야 어떻든 간에 결과만 봤을 때, 이는 김 감독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여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먼저 아역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백미이자 영화를 살리는 힘이다. 지난해 영화 ‘소원’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레를 비롯해 홍은택과 이지원은 그 어떤 배우보다 더 강렬하고 완벽하게 관객을 홀린다. 작위적이지 않지만, 현란한 그들의 연기에 관객은 러닝타임(110분) 내내 쉼 없이 웃고 울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배우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 성인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밑바탕이 됐다는 점도 사실이다.

개리의 열연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간 동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수없이 개봉했고 그들은 예상치 못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해 왔다. 개리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완벽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표정 연기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다. 개의 연기력을 논하는 게 혹자에게는 다소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개리의 열연을 언급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아마 개리의 캐스팅은 ‘개를 훔치는 방법’의 신의 한 수로 두고두고 기억되지 않을까 한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열연을 펼친 아역 배우 이레, 홍은택와 개리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물론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거나 전부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줄거리를 통해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해체된 가족, 하우스 푸어 등 다소 무겁고 삭막한 감이 있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다 재기발랄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가볍게 움직인다. 특히 휴머니즘이 가미된 유머와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극의 몰입을 돕는 역할을 해낸다.

이러한 이유로 관객들은 일말의 거부감 없이 현실의 무게를 공유하고 공감하게 된다. 동시에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동심을 통해 조금씩 사라져 간 순수함을 회복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올 연말, 그리고 새로운 2015년을 맞이하기에 ‘개를 훔치는 방법’은 더없이 따뜻하고 행복한, 최고의 가족 영화가 아닐까 한다. 덧붙이자면 아기자기한 소품과 카메오들의 활약을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31일 개봉. 전체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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