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윤원 기자] 움직이는 무대 세트, 화려한 특수효과는 볼 수 없다. 뮤지컬 ‘원스’의 무대는 단조롭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함도 없다. 그럼에도 가슴 한켠에 작고 따스한 불씨를 남긴다.
지난 2006년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인디 영화 ‘원스’는 거리의 기타리스트와 꽃을 파는 체코이민자의 운명 같은 만남과 끌림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 개봉 당시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 2012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뮤지컬로 제작된 ‘원스’는 진솔한 스토리와 독창적 연출로 같은 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포함 주요 8개 부문을 수상하며 흥행했다. 이듬해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뮤지컬의 다섯 번째 프러덕션이자 비영어권 최초 공연이 한국에서 막 올랐다.
‘원스’에서 빠진 것은 화려한 무대장치와 오케스트라뿐만이 아니다. 무대와 객석의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을 ‘원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관객들은 무대를 오르내리며, 무대에 배치된 음료(유료)를 마시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목청을 높이는 배우들을 둘러싸고 흥에 취할 수 있다. 이야기가 언제 시작하는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원스’의 독특한 점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무대 위 이야기에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무대장치와 오케스트라의 빈 자리, 객석-무대 사이의 무너진 벽, 명쾌한 시작점의 부재 등 뮤지컬 ‘원스’의 빠진 자리들을 채우는 것은 ‘음악’과 ‘스토리’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어쿠스틱 음악의 향연이 감상을 풍성하게 한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 섬세하고 따뜻한 스토리는 한겨울 찬바람을 잊게 하기 충분하다.
배우들은 연기, 춤,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와 무대 전환까지 모두 직접 한다. 그 때문에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브로드웨이 역사 상 가장 획기적인 공연’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개막 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배우들의 1인5역은 실제로 경탄을 자아낸다. 특히, 무대 전환을 위해 움직이는 배우들의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 돋보인다. 부담스럽거나 어색한 구석은 없고, 도리어 무대에 역동성을 추가한다.
이 같은 ‘획기성’은 ‘원스’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단순한 플롯과 배우들이 모든 것을 끌고 가는 구성은 스토리 자체의 의미를 살리며 감동과 감성을 전달하기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관객이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스’의 매력으로 모든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원작 영화의 대표곡 ‘Falling Slowly’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명곡으로 평가 받는다. 이외에도 ‘If you want me’, ‘Gold’ 등 영화 속 명곡들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한편, 뮤지컬 ‘원스’의 2012년 미국 초연은 그 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주요 8개 부문을 수상했고, 그래미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은 이듬해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도 이어져 2014년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같은 흥행이 한국 공연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이(GUY)’ 역에 윤도현과 이창희가, ‘걸(GIRL)’ 역에 전미도와 박지연이 출연하는 뮤지컬 ‘원스’는 2015년 3월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만 7세 이상 관람가, 6만~12만 원.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신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