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흥국·KDB·동부생명 높은 최저보증이율 제공, '역마진' 우려
[뉴스핌=윤지혜 기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중소형 보험사들이 3%가 넘는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양로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어 금리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보험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며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양로저축보험이 고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중형사들의 대안 상품으로 부상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소 무리한 영업전략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7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실에 따르면 동양·흥국·KDB·동부생명 등 중형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양로저축보험은 3.25~3.35%의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시중금리는 2% 수준으로 양로저축보험 금리와 최대 1.35%포인트 차이가 난다.
최저보증이율이란 시중 지표금리나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더라도 보험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최저 금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해당 보험상품 만기 시점인 10년 뒤 기준금리가 0%까지 하락하더라도 현재 명시된 3%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양로저축보험은 저금리 시대의 확정 고금리형 상품이라는 장점을 살려 보험사와 은행(방카슈랑스)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0년 이상 유지했을 때는 비과세 혜택도 있어 장기 재테크 상품으로 유용하다.
일례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IBK기업은행 방카슈랑스 창구에서 판매된 동양·흥국·KDB·동부생명 등 4개 생보사의 전체 상품 판매액 중 63%가 양로저축보험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이 같은 영업전략이 향후 저금리가 고착화할 경우 과거 대형 생보사들이 팔아 현재까지도 역마진 부담을 안고 있는 또 다른 확정고금리 상품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생보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양로저축보험은 양날의 칼"이라며 "중소형사들이 몸집을 키우기 위해 상품을 팔고 있긴 하지만, 보험사에는 부담이라 한편으로는 광고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양로저축보험의 최저보증이율 자체가 높아 금리가 더 내려갔을 때 역마진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판매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사에) 부담은 되지만 타사에 경쟁우위가 있다 보니까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영업환경이 어려워져 대형 보험사들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 중소형사 입장에선 약간의 손실이 생기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2분기까지 3.50~3.65%를 제공했던 보험사들이 하반기 들어 3.25~3.35%까지 최저 보증이율을 내렸다.
하지만 향후 디플레이션 우려 등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양로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또 다른 생보사의 관계자는 "나름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도 하고 보험사가 운용 가능한 범위에서 이율을 정하는 것"이라면서도 향후 대책에 대해 "내년 금리 전망은 전반적으로 상저하고를 예상하고 상반기에 내려가더라도 하반기에는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거기에 맞춰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고채 5년물이 2%, 회사채가 2.5% 정도로, 보험사가 운용자산을 굴려 내는 수익이 업계 평균 4.5% 수준이어서 이차손이 나지는 않는다"며 "다만, 중장기 금리가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 적당한 시점에 최저보증이율을 낮춰 판매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매를 해야 하는데, 보험사 CEO들의 임기가 대부분 3년 내 끝나서 임기 내 영업실적을 올리는 데만 급급한 경우가 많아 이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이율을 조정하라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재무 건전성 등을 보는 실무자들이 양로저축보험을 판매할 경우 장기적으로 나타날 위험성에 대해 경영진에 제대로 보고를 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지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