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11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 '비둘기' 목소리는 더 강해져
[뉴스핌=정연주 기자] 한국은행 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00%로 동결했지만,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우려에 위원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 모습이다.
2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 11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저물가, 엔저 등의 악화한 경기 여건을 걱정하면서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판단하는데 더욱 신중한 모습이었다. 더욱 적극적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에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위원들은 대체로 글로벌 리스크와 인하 조치 효과를 점검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고 판단하면서 경제 하방리스크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오히려 하락한 측면에 주목했다. A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과 기대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지게 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이에 대해 보다 강한 신호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둘기'로 분류되던 위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은 저물가 등에 대해 우려가 여전했으며 최근 대내외 경기 이슈가 '환율'에 집중된 만큼 이와 관련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B 위원은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로 향후 성장 및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변경으로 기대되는 실익이 이에 수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며 "지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점차 시차를 두고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다음 정책 방향 결정 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2% 수준에서 동결해 운용하면서 대내외 위험요인과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면밀히 점검함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 위원은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하는 가운데 엔화 및 유로화 약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당국은 앞으로 원화 환율이 펀더멘털로부터 지나치게 괴리되거나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이를 적절히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이고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 추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는 2년 반 이상의 저물가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이런 저물가가 계속 연장돼 가는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이력효과 등 부정적 효과가 점차 증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결코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며 정책당국은 저물가 상황에 대한 대처를 가장 중요한 향후 정책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율 동향의 부정적 요인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D 위원은 "그동안 엔저에 따른 부정적 측면만이 지나치게 강조된 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엔화약세의 영향을 과장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효과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E 위원은 "잠재적 위험성 등을 고려해 면밀한 원인 분석과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이 적시에 미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F 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높지 않더라도 구조적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제도가 월세제도로 빠르게 변하는 과도기에는 전·월세 전환율(월세 이율)이 낮아지더라도 전세금액 자체가 더 상승하면 결국 임차인의 월세부담이 심화되고, 이것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심층 분석해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