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도둑의 사진을 몰래 찍어 전시회를 연 예술가 제서민 [사진=유튜브 캡처] |
제서민 벨린이라는 이 아티스트는 지난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시회에 들렀다가 신분증과 카드가 든 지갑을 도둑맞았다.
제서민의 악몽은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 뒤 자신의 명의로 된 카드이용명세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딱지까지 배달됐다.
신분증을 도용당했다고 직감한 제서민은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제서민은 스스로 범인을 잡기로 결심, 사립탐정 뺨치는 생활을 시작했다.
정보를 수집하던 제서민은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범인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에린 하트(여)란 사실을 알아냈다. 곧장 경찰에 신고해도 좋을 만큼 정보를 모은 제서민은 예술가다운 복수를 택했다.
에린 하트의 동선을 파악한 제서민은 망원카메라를 이용, 몰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에린 하트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모은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시회까지 가졌다. 실제로 제서민은 지난 9월3일부터 10월18일까지 에린 하트의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회를 진행했다.
제서민은 “에린이 지갑을 훔치면서 인해 내 인생은 일종의 전환을 맞았다”며 “우리 인생을 교차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절도 및 위조 등의 혐의로 체포된 에린 하트는 현재 수감 상태에서 제서민과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제서민은 이 편지를 모아 또 한 번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