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활을 건 금호산업 인수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 모회사로 이번 인수전의 결과에 따라 향후 그룹의 존속 여부가 결정나게 된다.
분위기는 초장부터 심상치 않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가운데 호반건설이 예고 없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사 모으는 등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로 꼽는 중이다. 수년간 이어진 갈등으로 ‘남’만 못한 관계가 된 박찬구 회장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인수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 십여개 주요 계열사의 주요 주주다.
항공은 물론 터미널, 리조트 사업은 다양한 사업군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 업계 일각에서는 금호산업의 인수 가격이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핵심은 우선매수권이 있는 박삼구 회장이 얼마나 자금 조달할 수 있을지다. 또 경쟁자가 누가 될지 또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의 지분을 통해 흑기사가 될지, 백기사가 될지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의 동생 박찬구 회장이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박찬구 회장이 형인 박삼구 회장과 앙숙인 것은 재계에서도 유명한 이야기다. 이들은 수년간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소송과 고발, 고소를 주고 받아왔다.
지난 9월에는 박찬구 회장 측 인사가 박삼구 회장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인사를 기업어음(CP)와 관련 손해를 입혔다고 검찰에 고소했고 지난달 박찬구 회장이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배임혐의와 관련 재판에서는 박삼구 회자 측 인사가 검찰 측의 증인을 맡았다.
이 외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 브랜드 사용료 소송 등을 진행했거니 진행 중이고 심지어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처음부터 이들의 사이가 이랬던 것은 아니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한때 형제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지만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견해차이를 보이면서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의 계열분리를 시도하면서 지분 경쟁이 벌어졌고 2009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때문에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회장의 적대 세력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자금조달 과정에서 소송 및 고소를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금호석유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2.61%를 보유한 2대주주인 만큼 자금 조달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업계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금호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장한 호반건설의 배후에 금호석유가 자리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런 추측이 나오는 것은 금호석유가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상황은 아닌 탓이다. 금호석유는 2012년 말 채권단 자율협약을 졸업했지만 수천억을 동원해 M&A에 뛰어들 자금여력은 아직 크지 않다.
현재 금호석유는 철저히 제3자의 입장을 견지하는 중이다. 굳이 이번 인수전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관심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금호석유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매각은 우리와는 무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선대 회장께서 일궈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남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를 지켜만 보고 있어야하냐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그룹 해체 위기를 계기로 극적인 전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는 ‘화해’의 가능성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중분해와 제3자의 인수를 서로 불편해하는 만큼 형제들이 가진 감정의 골만 해소할 수 있다면 극적인 화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직까지 법적으로는 금호석유화학그룹 소속으로 돼 있다. 만약 금호석유화학이 백기사로 나선다면 자금여력이 크지 않은 박삼구 회장의 든든한 아군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전망들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해 정통한 관계자는 “수년간 다퉈온 형제가 그룹의 위기에 한 뜻으로 뭉친다는 것은 드라마틱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일”이라며 “인수전이 시작되고 박삼구 회장의 자금조달, 참여 기업 등 본 게임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주 중 금호산업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1월 중 입찰을 진행, 상반기 중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