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불과 1년 전, 아니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배우 김상경(42)의 이미지는 무거웠다. 그렇다고 무섭다는 의미는 아닌 데 다가가기 쉬운 사람이 아님은 확실했다. 그런데 근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에게 먼저 다가가는 팬들도 부쩍 늘었다. 편안한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대중들에게 김상경은 ‘친근한’ 배우가 된 거다.
물론 작품의 영향이 컸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문태주 상무로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데뷔 16년 만에 ‘국민 귀요미’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리고 이 기세를 몰아 신작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개봉, 스크린 속 국민 귀요미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만년 백수 아빠 태만을 딸 아영(최다인)이 학교 아나바다 행사에 내놓으며 벌어지는 헤프닝을 그린 행복 재생 코미디다. 극중 김상경은 백수 아빠 태만을 열연, 귀엽고 코믹한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물론 드라마로 한 차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지만, 촬영 시기로 따지면 그에게 첫 도전은 이번 작품이었다.
“맨 처음에는 해보지 않은 거라 좋았어요. 도전의식이 생긴 셈이죠. 사실 원래 제 성격은 유쾌한 편에 가깝고 또 그러길 바라요. 저의 감춰진 면 중 하나고요. 다만 지금까지 진지한 역할, 무거운 이미지의 연기를 많이 했을 뿐이에요. 실제로 저를 만난 사람은 전혀 그렇게 않다는 걸 알죠. 도전이지만 재밌겠다 싶었어요. 물론 한편으로는 거북하게 보실까 봐 걱정스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비슷한 캐릭터의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셔서 한시름 놨죠(웃음).”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가족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성경, 최다인, 문정희(왼쪽부터)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
도전이라는 것 외에도 그가 이번 영화 출연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원작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공식 석상에서부터 실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고 여러차례 말해왔던 그였다. 실제 영화는 홍부용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게다가 피 튀기지 않고, 코믹과 감동까지 두루 갖춘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맞춤형 시나리오’였다.
“원래 시나리오 고를 때 주안점이 감동이에요. 지금까지 한 영화도 시나리오 읽고 100% 감동 받고 울었던 것만 했고요. 이야기 자체는 가벼운 느낌이지만, 여기에 감동적인 코드가 있어요. 원작이 있다는 것 역시 실화 같은 힘을 줬고요. 그렇다고 원작을 읽지는 않았어요. 절반 정도 읽다가 그만뒀죠. 그걸 보면 중압감이 생기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니까요. 표현의 수위가 막할 수도 있고요. 오히려 새로운 텍스트라고 생각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그가 열연한 태만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곁들이자면, 명문대 출신으로 야심 찬 사업들을 벌였으나 실패를 거듭하며 10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인물. 똑 부러지는 성격의 딸 아영은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빠를 지켜보다 못해 학교에서 열린 아나바다 행사에 내놓고 만다. 실제로는 이런 아버지는 아닐 거라 믿는다는 말에 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 아들이랑 장난을 많이 쳐요. 또 그런 아빠였으면 좋겠고요. 언제나 장난스럽게, 아이와 같이 놀아줄 수 있었으면 하죠. 제가 이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도 딸하고 장난치는 게 많이 나와서였어요. 오히려 딸보다 철부지 같은 느낌이 재밌었죠. 사실 저희 아버지가 엄청 재밌는 분이시거든요. 지금은 몸이 안 좋으셔서 유머가 많이 없어졌는데 항상 어디를 가나 농을 던지시는 분이죠. 아마 아버지의 영향인가 봐요. 아들이 나만 보면 웃음 나게, 장난꾸러기 아빠로 남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 게요.”
영원한 ‘꾸러기 아빠’를 꿈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부모에게는 어떤 아들일지 궁금해졌다. 물론 지난 2012년 방송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훔친 일화나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여드리려 주말드라마를 시작한 사연을 들으면 그가 ‘효자 아들’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뜻밖의 답이 나왔다. 태만 같은 존재. 그는 가족, 특히 아버지에게 자신은 태만 같은 존재였노라 고백했다.
“연극영화과 진학 후 군대에 갔는데 아버지께서 면회만 오면 전과하라고 하셨어요. 학교 다닐 때도 만날 작업복 입고 밤새 무대 만들고 하니까 어느 날 진지하게 물으셨죠. ‘너 대학 붙은 거 거짓말이지? 노가다 다니지?’라고요. 그렇게 반대하시다가 제가 첫 데뷔작에서 검사로 나왔는데 주위에서 ‘검사 아버지’라고 하니까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이후에도 의사 아버지에 세종대왕 아버지까지 하셨잖아요(웃음). 물론 그때부터는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시죠.”
김상경은 영화 프로모션 활동이 끝나는 대로 다시 드라마 촬영에 집중하며 올 연말을 보낼 예정이다. 겨울이 가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면 신작 ‘살인의뢰’로 또 한 번 관객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이렇게, 일 년에 한 작품씩은 꾸준히 내놓으며 부지런히 연기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옛날에는 일부러 많이 안 했어요. 한 작품 하면 비워야 할 시간이 필요했죠. 좀 진한 영화들이 많기도 했고요. 근데 언젠가 홍상수 감독님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 빨라졌다, 시간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많이 유연해진 거죠. 근데 제 버릇 남 못 준다고(웃음) 작품을 많이 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작은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많아도 일 년에 하나 반 정도? 어쨌든 전 그래요. 이왕 하는 거 사람들을 쉬게 해주고, 용기를 주고 싶은 영화를 많이 하고 싶죠. 우리가 사는 데는 따뜻한 면도 많으니 다 같이 힘내자는 영화 말이죠. 생활, 코믹, 감동, 눈물이 모두 있는 작품 말입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처럼요.”
“배우란, 피터팬처럼 영원히 늙지 않는 꿈의 매개체” 김상경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치면 자동완성기능으로 가장 먼저 뜨는 검색어가 ‘김상경 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그의 포털사이트 프로필에는 나이, 즉 생년월일이 공개돼있지 않다. 사실 이는 김상경 본인이 직접 요청한 거다. 아이돌도, 그렇다고 여배우도 아닌데 그런 요청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여기에는 간단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어느 날 나이가 지긋하신 선배가 다른 후배에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배우가 나이가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말이었죠. 운동선수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데 왜 나이가 있느냐는 거예요.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나이를 빼달라고 요청했어요. 개인적으로 관객에겐 배우적인 나이로 있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이가 없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고요. 나이가 있으면 아무래도 어떤 잣대가 생기는데 그런 잣대가 없어지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죠. 사실 배우들을 보면 되게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여요. 전 그게 참 좋아요. 배우는 꿈의 전달자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항상 꿈을 꿀 수 있게 돕고 비현실을 현실처럼 보이게 해주는 매개체죠. 그렇기에 배우들은 피터팬처럼 영원히 늙지 않은 어른으로, 꿈과 희망의 매개체로 있길 바라고 그래서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