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업황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던 정유와 화학업종에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유업종은 이번 3분기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화학업종은 비교적 선방한 3분기 실적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정유업종은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반면, 화학업종은 예상보다는 나은 실적을 보였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201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석유사업의 3분기 영업손실이 22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부진 지속으로 정제마진이 악화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739억원, 전분기 대비 112억원 감소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S-Oil 역시 정유부문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에쓰오일은 매출이 5조834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2.8% 줄었고, 영업손실은 1867억원으로 적자폭이 다소 확대됐다.
S-Oil 관계자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수요 부진 영향으로 역내 제품 수요가 감소했다"며 "반면, 아시아 정유사들이 2분기에 진행된 대규모 정기보수 이후 가동을 재개,하며 가동률이 상승하며 역내 공급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 2분기 39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도 이번 3분기에는 흑자 행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분기인 올 1분기보다는 이익 규모가 60% 이상 감소한 것이기에 그 같은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역시 좋지 않다"며 "구체적인 실적 내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2분기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율과 유가 하락 그리고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인해 정유사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가 하락세가 정유업종에는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정유업종에 주는 충격은 일시적인 반면, 수요 증가의 수혜는 장기적"이라고 판단했다.
S-Oil 관계자는 "4분기 이후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이 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유부문에서는 중동 지역의 대규모 정유설비 증설이 예상되긴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강한 계절적 수요가 공급 증가를 흡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종에 비해 화학업종은 올해 3분기에 나름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이에 4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도 정유업에 비해 더 크게 다가오는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609억7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에 영업이익은 142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는 다소 감소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89% 증가했다.
OCI도 적자가 이어지긴 했지만 이번 3분기에 영업손실 규모를 전년동기보다 23.1% 가량 줄이며 올해 누적으로는 흑자 전환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과 S-Oil도 화학사업부문에서는 정유사업의 손실을 만회할 정도로 괜찮은 실적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부문에서 파라자일렌(PX) 제품 가격 회복과 올레핀 계열 제품 시황 강세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22% 이상 늘어난 1308억원을 나타내며 석유사업의 손실을 메웠다.
S-Oil 석유화학부문은 PX 생산자들의 가동률 조정과 정기보수를 마친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업체들의 재가동을 바탕으로 PX 마진이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영업이익이 79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는 48.2% 줄어든 것이나 전분기보다는 198.9% 늘어난 수치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석유화학부문이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고 있다"며 "석유화학부문은 원료인 납사 가격 하락폭 대비 제품 가격 하락폭이 적어 업체들의 스프레드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