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낮은 해외채권 발행 증가세 및 양호한 대외지급능력 '강점'
[뉴스핌=정연주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큰 폭으로 확대되는 신흥국 해외채권 발행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면서도 해당 요인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30일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2014년 10월)'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계속되는 가운데 신흥국의 해외채권 발행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주요 신흥시장국의 해외채권 발행 잔액 <자료=한국은행, BIS Debt Securities Statistics> |
이어 "일부 신흥시장국에서 해외채권 발행 증가와 관련한 잠재리스크가 현재화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해당 리스크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우리나라가 풍부한 외화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채권 발행 증가세가 낮은 수준이며,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여타 신흥국에 비해 낮다는 점을 꼽았다.
한은에 따르면 신흥국의 해외채권 발행 잔액은 2009년 말 1조3000억달러에서 2014년 6월 말 2조600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미 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져 국제 투자자의 리스크 선호 경향이 강화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시장은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국내 외화유동성 사정이 호조를 보이며 해외채권 발행 증가세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2014년 6월 말 현재 GDP대비 해외채권 발행 잔액 비율은 14.7% 수준으로, 기업의 해외증권 발행·상환 추세를 감안하면 당분간 동 비율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5.9%로, 여타 신흥시장국은 물론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서도 낮아 양호한 대외지급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우리나라가 발행한 외채의 과소평가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풀이됐다. 채권의 발행만기는 5년 이상으로, 향후 5년여에 걸쳐 점진적으로 만기 도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은 거주성 기준과 국적 기준의 차이가 미미해,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신흥시장국과 달리 외채의 과소평가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특히 기업 발행 해외채권 중 상당부분이 통화스왑 등을 통해 환헤지돼 있어 환율 상승시 예상되는 통화 불일치 리스크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신흥국 해외채권 발행 증가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미 달러화 강세 등의 변수에 우려를 표했다.
한은은 "대외충격이 신흥시장국 경제에 파급되는 경로가 종전의 국내 외환,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해외채권시장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 최근 미 달러화 강세와 함께 글로벌 자금흐름에 변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제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재성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담당 부총재보는 "미 연준 금리 정책과 관련 작년 5~6월에도 자본유출을 걱정했는데 우리나라는 펀더멘탈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영향을 쉽게 받지 않았다"며 "연준으로부터 조기금리 인상 기조가 나올지, 그 영향을 점검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금리가 인상된다면 자본 유출 쪽 리스크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