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처금리시대 파킹투자 유행…MMF에도 몰려
[뉴스핌=정탁윤 기자] #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 6월 말 1년 만기 정기적금으로 1000만원 가량의 목돈을 마련했다. 김 씨는 1000만 원을 8월 말 아파트 전세 계약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두달 뒤에 쓸 1000만 원을 어떻게 간수해야 할 지 몰라 고민하던중 김 씨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MMF통장에 넣어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들었다.
은행 직원은 MMF통장은 투자상품으로 하루만 넣어둬도 이자가 붙기 때문에 일반 입출금 통장에 넣어두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단 원금보장은 안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기 경험상 한 두달 내에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MMF통장을 추천했다. 고민 끝에 김 씨는 속는셈 치고 MMF통장에 1000만원을 예치해뒀고, 두달 뒤 1003만원 가량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인하 움직임도 재빨라지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1~2%대로, 과거 IMF 이전 은행에 돈을 넣어 두기만 하면 10% 가까운 이자가 생기던 시대는 더 이상 오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은행이 내 돈을 안전하게 맡아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돈을 내야 할 판이다.
이처럼 은행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어디다 내 돈을 맡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김 씨 처럼 한두 달 내에 사용할 자금의 경우 더 걱정일 수 밖에 없다.
김 씨가 가입해 연 1.8% 정도의 수익률을 냈던 MMF통장에 자금이 몰리는 것도 그래서다. MMF(Money Market Fund)는 자산운용사가 고객 예금으로 펀드를 구성한 다음 CP(기업어음)나 CD(양도성 예금증서) 등 금리가 높은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하여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초단기금융상품이다.
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운용실적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하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연 2~3% 정도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또 법적으로 1년 이내의 우량채권에만 투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적다. 한때 유행했던 증권사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Cashmanagement Account) 통장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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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제회복 여부가 불투명하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처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일단은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많아지며 MMF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대기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일명 '파킹(Parking) 통장'을 내놓았다. 파킹통장은 일정 금액 이상이 통장에 '파킹'되어 있으면 정기예금 금리 보다 높은 연 2% 정도의 금리를 보장한다. 일반적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 금리는 0.1~0.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파킹통장인 ‘마이심플통장’은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현재 까지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마이심플통장은 매일 잔액 300만원 이하에 대해선 연 0.01%(이하 세전), 300만원을 초과하는 잔액에 대해서는 연 2.4%의 이자를 각각 제공한다. 예를 들어 당일 예금 잔액이 2000만원일 경우 300만 원에 대해서는 연 0.01%, 나머지 1700만 원에 대해선 연 2.4%의 금리가 각각 적용된다.
SC은행 관계자는 "복잡한 추가 약정이나 별도의 조건 없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해 수신액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3월 출시한 파킹통장인 '참 착한 통장'에도 1조 원 넘는 돈이 몰렸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