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중 절반은 세금...정유사 주유소 등 유통마진도 이유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국제유가가 1년새 20% 가량 하락했지만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은 6% 정도만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분의 일부를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유통마진으로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6일 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초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1.47달러, 두바이유 105.82달러, 브렌트유 109.06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가격은 각각 WTI 81.84달러, 두바이유 87.34달러, 브렌트유 85.76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1년새 19.3% 하락했으며,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역시 17.5% 떨어졌다.
◆ 판매가격 8% 인하요인 불구 '찔끔' 인하
(자료: 한국석유공사) |
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의 10월 둘째주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793.83원으로 지난해 10월 둘째주 평균가격(1908.88원) 대비 6.03% 하락했다. 자동차용 경유는 10월 둘째주 평균가격이 리터당 1597.9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12.57원)보다 6.69% 하락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한 후 판매되기까지 약 두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환율과 세금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환율 변동을 감안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변동은 국내 세전가격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국내 석유제품가격과 국제 석유제품가격 간 비교는 환율 변동을 반영하고, 세금을 제외한 뒤 변동폭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석유제품에 붙는 세금은 정액세와 정률세 두가지로 나뉘어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지방주행세는 정액세이며, 부가세는 판매가격에 비례하는 정률세다(그림 참조).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비중은 공급가격에 따라 다소 변동이 있지만 현재 약 50% 내외에 이른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원가비중은 약 45%에 그치는 것. 두바이유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폭(17.5%)에 원가비중(45%)를 반영하면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약 7.9%는 떨어져야 한다.
환율을 감안하면 국내가격의 인하요인은 더 커진다. 지난해 10월 원달러 평균환율은 1066.8원이었으며 지난 9월평균 환율은 1033.24원으로 3.1% 떨어졌다. 원가비중을 감안해도 약 1.4% 정도의 소비자가격 인하요인이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 "매입시기 조정으로 영업마진 극대화"
그렇다면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그만큼 제대로 인하했을까.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정유사들의 휘발유 평균공급가격은 리터당 1686.08원으로 지난해 10월(1749.54원)대비 3.6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실제 소비자가격인 주유소 판매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주유소 평균판매가격은 1814.20원으로 지난해 10월(1903.16원) 대비 4.67% 하락하는데 그쳤다.
결국 국제유가 하락으로 약 8% 정도의 가격인하 요인이 있었지만 정유사와 주유소가 하락분의 일부만 인하하고 나머지는 유통마진으로 흡수한 셈이다. 인하폭만 놓고 보면 경쟁이 치열한 주유소보다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정유사들의 영업마진이 더 큰 상황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매입량을 늘리고 가격이 올라가면 줄이는 방식으로 매입시기를 조절하면서 영업마진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