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텔레그램 사용빈도 늘어나
'미스리'를 운영하는 '아데네트' 홈페이지 캡처 |
[뉴스핌=김양섭 김선엽 기자] 최근 '사이버 망명' 이슈가 불거지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문인력들이 빠르게 주력 메신저를 바꾸고 있다. 가벼운 대화가 아닌 실무에서 필수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툴을 바꾸는 것이어서 향후 업계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인 '미스리(MissLee)' 유저가 최근 급증했다. 미리스를 운영하는 아네데트에 따르면 미스리 동시접속자수는 지난 2011년 이전까지 10만명 수준에서 이후 8만명대로 급갑한 뒤 이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이버 망명' 이슈가 불거지면서 2~3주 사이 10% 가량 급증했다. 손철원 아데네트 대표는 "수년간 8만명 안팎을 유지하던 동시접속자수가 최근 2~3주 사이 8만8000명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사이버 검열' 이슈로 카카오톡 등 국내 메신저를 이용하는 유저들이 텔레그램(Telegram) 등 외국계 메신저로이동하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데네트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15년동안 '미스리'라는 이름으로 메신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단 한 차례의 보안사고도 없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손 대표는 "서버에 데이터를 남기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자 간의 데이터는 서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스리메신저의 비저장방식 메시지 전송 기술은 검열 또는 제3자에게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편, 메신저를 실제 거래 툴로 이용하는 채권 브로커와 딜러들의 '텔레그램' 사용빈도도 높아졌다.
텔레그램 메신저 소개 화면 |
베테랑 브로커들의 경우 보통 200명 넘게 채권 운용역을 친구로 등록하고 호가를 주고받는다. 뿐만 아니라 야후 메신저를 통해 채권시장 인력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의견을 나눠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몇몇 자산운용사에 대해 불법적인 거래를 이유로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가고 심지어 검찰 조사까지 이뤄지면서 야후 메시저를 통한 사적인 대화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화 내용을 당국이 통째로 들고 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찜찜하다는 것이다.
대신 텔레그램 사용자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 참여자는 어림잡아 3000여명. 이들이 속속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카톡 등도 여전히 쓰이지만 점점 텔레그램 활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채권 운용역은 "텔레그램을 깔아서 가입하니 하루에도 3~4명씩 채권 관계자들 이름이 새로 뜬다"며 "벌써 100명이 넘어서 야후 메신저에 등록해 둔 친구 숫자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는 텔레그램으로 호가를 주고받고 나중에 야후 메신저를 통해 거래를 확정하기도 한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야후 메신저의 대화 내용은 거래 증빙을 위해 원래부터 회사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불법적인 거래를 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당국에서 검사가 들어오면 야후 메신저 대화내용을 거래 내역과 일일이 맞추라고 하는 등 피곤하게 할 수 있어 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시장이라는 것이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통해서 움직인다"며 "담합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도 있긴 하지만 뭔가 의견 교류의 장이 필요한데 카톡이나 메신저를 심하게 감시하니 정치적 망명이 아닌 소통의 망명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텔레그램도 일정기간의 접속로그 기록 저장, 휴대폰 번호 저장 등의 일부 실명 기반의 요소들은 남아 있다. 손철원 아데네트 대표는 "우리는 접속로그조차 남기지 않는다"면서 "최고의 보안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김선엽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