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국내 4대 정유사가 한국거래소 석유 현물 전자상거래를 통해 오히려 장외보다 비싸게 휘발유를 공급하고 거액의 세금 환급 혜택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지난해 7월∼올해 6월)간 거래소 석유 현물 전자상거래(이하 석유현물시장)를 통해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의 4대 정유사가 판매한 휘발유의 평균 공급가격은 리터당 1774.4원이다.
이들 정유사의 장내 평균 휘발유 공급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당 1780.2원을 기록한 장외에서의 가격보다 5.8원 쌌다.
하지만, 이는 배송비(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배송해주는 비용)를 제외한 가격으로서 리터당 7~8원 가량인 평균 배송비를 장내(석유현물시장) 공급가격에 더하면 4대 정유사의 휘발유는 장외보다 장내에서 오히려 리터당 2원가량 더 비싸게 판매됐다.
반면 이 기간 4대 정유사를 제외한 다른 정유사들의 장내 평균 휘발유 공급가격은 1736.6원으로, 배송비를 더해도 장외 평균 공급가격보다 35원 이상 저렴했다.
4대 정유사의 휘발유가 장외 공급가격보다 비쌌음에도 석유현물시장에서 거래됐던 건 상당 부분 경쟁매매가 아닌 협의매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협의매매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사전에 오프라인에서 가격을 결정한 뒤 실제 거래는 거래소 석유현물시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4대 정유사는 이 기간에 석유현물시장에서 모두 15억 리터의 석유제품을 거래, 이 가운데 66%(약 10억 리터)를 협의매매로 거래했다.
석유현물시장을 통해 거래함으로써 4대 정유사는 최근 1년간 183억원의 세금을 환급받았으며, 이 중 122억원은 협의매매에 따른 세금 환급이었다.
석유현물시장은 다수의 참가자 간 경쟁매매를 통해 석유제품의 가격을 안정화하자는 취지로 2012년 3월 말에 도입된 것으로, 경쟁매매를 원칙으로 하지만 협의매매도 허용된다.
지난 6월까지 석유현물시장을 이용하면 정유사들은 리터당 16원의 석유 수입부과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김태환 의원은 "석유현물시장은 경쟁매매가 원칙임에도 4대 정유사의 경쟁매매 비중이 약 35%에 그쳤다"며 "4대 정유사가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석유현물시장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국도 석유현물시장을 이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세금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실제 유가 안정화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