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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아이돌 캐스팅, 제작진과 팬들의 '온도차'

기사입력 : 2014년10월13일 09:37

최종수정 : 2014년10월13일 10:08

신씨네가 2015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한중합작영화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가 크랭크인 단계부터 아이돌 캐스팅 논란에 휘말렸다. 왼쪽이 여주인공 빅토리아, 오른쪽이 상대역 차태현 [사진=신씨네]

[뉴스핌=김세혁 기자] “진짜 엽기적이다.”

최근 한 영화팬이 포털사이트에 남긴 영화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의 한줄 평가다. 이어지는  댓글 대부분이 영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가득하다. 개봉 전 평점은 10점 만점에 2.91점(12일 오후 기준). 2001년 전국을 ‘엽녀’ 열풍으로 달궜던 ‘엽기적인 그녀’의 후속작이 왜 뚜껑을 열기도 전에 뭇매를 맞는 걸까. 크랭크인 단계부터 논란이 뜨거운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를 통해 캐스팅에 대한 제작진과 팬들의 온도차를 들여다봤다.

■또 아이돌이야?
현재 신씨네가 제작 중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에 쏠리는 팬들의 차가운 시선은 미스캐스팅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쏟아지는 혹평 대부분은 아이돌 연기에 대한 거부감과 식상함으로 가득하다. 이 작품에서 견우(차태현)의 상대역은 걸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로 결정됐다.

널리 알려졌듯 빅토리아(본명 송치엔)는 중국인이다. 국적만 보면 신씨네의 첫 글로벌 프로젝트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의 여주인공으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 실제로 신씨네는 두 번째 ‘엽녀’를 한국말이 서툰 중국여성으로 설정했다.

신씨네는 “빅토리아는 한국말이 서툴러 놀림을 받던 견우의 초등학교 첫사랑으로 나온다”며 “여주인공은 한국말이 서툴고 밝고 사랑스러우면서 엽기적인 중국 여성이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빅토리아가 일순위로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런 정보를 아는지 모르는지 빅토리아의 발음, 연기를 지적하며 미스캐스팅이라고 반발한다. 일부는 이런 반응이 아이돌 캐스팅의 부작용을 겪은 팬들의 당연한 목소리라고 동조한다. 하지만 “작품의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가해지는 무차별적 폭력”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전작의 성공을 기억하는 높은 기대
안타깝지만 전지현에 대한 향수와 기대도 빅토리아에 대한 반발심을 키웠다. ‘엽기적인 그녀’는 통통 튀는 시나리오는 물론 전지현, 차태현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전국을 ‘엽녀앓이’에 빠뜨렸다. 영화는 해외로 수출되며 대박을 터뜨렸고 신승훈의 OST ‘아이 빌리브(I believe)’까지 인기를 누렸다. 1999년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로 안방에 막 얼굴을 알린 신인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 바람을 타고 전국구 스타가 됐다.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의 빅토리아 투입을 미스캐스팅이라고 주장하는 영화팬들은 전지현을 대체할 배우로 빅토리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평에서도 이런 심리는 그대로 드러난다. 전작의 팬들은 “빅토리아가 싫은 건 아닌데 이건 솔직히 클래스가 다르다”며 푸념한다. 각본 설정 상 빅토리아를 기용한 제작진과 전작의 헤로인 전지현을 원하는 팬들의 온도차는 극명하다.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작 '내일도 칸타빌레(KBS 2TV)의 주인공 심은경 [사진=뉴스핌DB]
■아이돌이 넘어야 할 산–시월드보다 무서운 원작팬
팬들의 거센 입김으로 막 제작에 들어선 작품의 주인공이 아예 교체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에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여주인공 노다메(우에노 주리) 역에 소녀시대 윤아가 유력하다는 소식에 원작 팬들이 단단히 화가 난 것. 한 팬은 “역대 최악의 미스캐스팅이다. 윤아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노다메 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원작이 훼손되는 걸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작 팬들의 원성이 빗발치자 결국 제작사는 주인공을 윤아에서 심은경으로 교체했다. 원작 팬들의 집단행동이 주인공 캐스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전무후무한 사례였다. 노다메 칸타빌레 리메이크 버전의 캐스팅 소동에서도 제작진, 팬 사이의 온도차는 분명히 드러났다.

■교과서 읽는 거 아니죠? - 오글오글 발연기
그렇다면 캐스팅을 둘러싼 제작진과 팬들의 온도차는 언제부터 벌어지기 시작했을까. 팬들이 아이돌 캐스팅에 기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숙한 연기, 이른바 ‘발연기’였다. 아이돌의 발연기는 앞서 언급한 원작 혹은 원작 주인공에 대한 향수나 높은 기대치와 함께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반발심을 키웠다.

예컨대 영화 ‘변호인’의 임시완이나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영화 ‘해무’의 박유천 같이 각고의 노력 끝에 ‘연기돌’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장수원과 구하라 등 극의 흐름과 분위기에 맞지 않는 발연기로 눈총을 받은 아이돌이 많다. 

사실 발연기 문제는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논란거리였다. 아이돌 출신은 아니지만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초반에 발연기를 한다는 대선배들의 시선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배우가 자진하차하거나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캐스팅이 바뀌지 않는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벤 애플렉이 새로운 배트맨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난했지만 꿋꿋하게 캐스팅을 밀어붙였다. 팬들이 배역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연기는 배우가, 노래는 가수가, 목소리는 성우가
아이돌 미스캐스팅 논란을 거치면서 부작용만 생긴 건 아니다. 작품을 고르는 팬들의 안목이 그만큼 높아졌고 제작진도 신중해졌다. 아이돌 캐스팅이 전문영역을 침범할 경우, 질 낮은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공감대가 양측 사이에 형성되면서 타협점이 만들어졌다. 연기는 배우가, 노래는 가수가, 목소리는 성우가 맡는 원칙하에 일부 아이돌 캐스팅을 허용하자는 무언의 협의다. 

개그맨 더빙으로 혹평에 시달린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 [사진=네이버]
이런 분위기는 애니메이션 더빙에서 이미 확인됐다. 개그맨이나 아이돌을 투입해 흥행을 노리던 일부 애니메이션은 홍보 단계에서는 입소문을 탔지만 주인공의 목소리가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발을 샀다. 

지난해 6월 개봉한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은 속된말로 죽을 쒔다. 현재 포털사이트 평점은 10점 만점에 1.27. 역대급 최저점을 기록한 이유는 성우가 아닌 개그맨 더빙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잘나가던 정태호와 신보라를 투입한 이 작품은 “말과 입이 따로 논다” “더빙이 장난이야?” “개그맨 더빙 그만해라” 등 강한 비판에 부딪혔다.

쓰디쓴 실패를 겪은 제작진도 달라졌다. 1000만 관객을 넘긴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국내에 들어오면서 박지윤, 소연 등 전문성우를 기용해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전문성우의 뛰어난 연기는 OST ‘렛 잇 고’와 더불어 ‘겨울왕국’의 흥행을 견인한 주역으로 평가된다. 

■아이돌은 무조건 안 된다? - No!
제작진과 팬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아이돌 캐스팅을 무조건 깎아내리는 자세도 변화해야 한다. 일부 아이돌의 발연기를 마주하며 실망한 팬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무조건 아이돌이라면 거부하는 건 작품 발전을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 아이돌의 연기 진입을 원천봉쇄하면 제2의 박유천, 임시완을 발굴할 기회 역시 차단하는 꼴이다.

사실 아이돌 캐스팅 논란은 일부 소속사들의 끼워넣기가 자초했다. 검증도, 준비도 되지 않은 아이돌을 지명도 하나만으로 투입했다가 논란을 자초한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배우들의 밥그릇을 아이돌이 넘본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작사나 홍보사 입장에서야 지명도와 광고효과가 높은 아이돌을 작품에 투입하려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는 팬들의 원성과 직면하게 된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상 캐스팅한 걸 뚜껑도 열기 전에 ‘까고 보는’ 팬들의 자세도 분명 변해야 한다.  

곽명동 영화저널리스트는 “‘엽기적인 두 번째 그녀’를 보면, 아직 제작진과 원작 팬 사이의 온도차를 실감할 수 있다”며 “서로 입장을 헤아리고 나와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훌륭한 결과물, 즉 근사한 작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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