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등 내년부터 시행…"경쟁력 강화 의지"
[뉴스핌=김성수 기자] 일본 기업들이 고용제도의 근간을 이루던 연공서열 대신 성과 중심의 급여체제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일본 대형 소비가전업체 히타치는 내년 4월부터 기존 연공서열 제도를 폐지하고 1만1000명 관리직 직원들의 업무 내용과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히타치는 지금까지 관리직 직원에 대한 급여 중 70%를 근속연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해왔으나, 앞으로는 성과연동 제도를 10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히타치는 우선 본사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 연동제도를 도입한 후, 서서히 국내외 법인들에까지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우정사업청도 올해부터 성과연동 급여 체계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대형 자동차업체 닛산은 이미 관리직 직원의 연공서열을 폐지한 바 있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 소니도 내년부터 관리직 일반사원 전원을 대상으로 연공서열을 폐지한다.
이를 두고 일본 내 전문가들은 "일본 노동시장의 오랜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의 단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1920년대 이후 근대화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숙련된 직원이 한 기업에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공서열과 종신고용 제도를 확립해왔다. 이는 일본 경제의 고도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직원들 간 경쟁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부각됐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구호로 삼고 있어 이러한 성과 시스템 도입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아베 총리는 2%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압박해왔다. 또한 여성과 외국인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 자체도 바꿀 것을 요구해왔다.
준코 니시오카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히타치가 급여 시스템을 바꾼 것은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개혁 의지를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코헤이 아와하라 나티시스 일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의 주요 구호 중 하나는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히타치를 따라 성과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