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몸담은 '지멘스맨'…에너지사업에 초점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9월 23일 오후 1시 56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주명호 기자] 작년 지멘스 창립 이래 최초의 외부 영입 CEO로 주목 받았던 페테르 뢰셔가 결국 중도 사임을 결정하면서 지멘스의 방향타는 다시금 내부 인사가 잡게 됐다.
경영부진으로 인해 전임자가 퇴임한 불안한 상황에서 지멘스의 키는 조 카이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았다. CEO를 맡은지 이제 갓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카이저는 뚜렷한 사업 목표를 드러내며 지멘스의 정상화에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
카이저는 지난 5월 자신의 비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다음 세대가 더 나은 회사를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비전이자 책임, 약속"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지멘스를 최고의 기업으로 올려놓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조 카이저는 누구
독일에서 태어난 조 카이저는 입사 후 줄곧 지멘스에 몸담은 자타가 공인하는 지멘스맨이다.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카이저는 1980년 지멘스 컴퍼넌트 그룹에 들어가는 것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1990년 지멘스 반도체부문 경영부사장이 된다. 1995년 마이크로부문 최고재무관리자(CFO) 및 부사장을 거쳐 2004년 지멘스 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그룹 임원을 길을 걷기 시작한다.
2006년 그룹 CFO로 자리를 바꾼 카이저는 경영 실적부진을 이유로 중도 퇴진한 뢰셔의 뒤를 이어 2013년 7월 CEO직을 맡는다.
CEO자리에 오른 뒤, 그는 우선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선다. 먼저 지난해 9월 총직원의 약 4%에 달하는 1만5000명의 감원 계획을 내놨다.
올해 5월에는 총 1만1600명의 직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추가로 밝혔다. 올해 감원으로 지멘스는 10억유로 규모의 비용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이저가 바라보는 지멘스의 미래는 에너지산업과 연결돼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알스톰의 가스터번 사업부 매입에 뛰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지멘스는 인수를 위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까지 끌어들여 공동전선을 펼쳤지만 프랑스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며 결국 경쟁사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에 알스톰을 넘겨 주고 말았다.
하지만 카이저의 목표는 화력보다는 천연가스 및 셰일가스 개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5월말 미국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카이저가 강조한 부분도 미국지역과 천연가스 사업이었다. 그 자리에서 카이저는 "화력 발전은 대세에서 멀어졌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런 방향성이 구체화된 행보가 지난 21일 발표된 미국 오일장비업체 드레서랜드 인수다. 이날 지멘스는 주당 83달러, 총 76억달러의 인수가로 드레서랜드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드레서랜드 인수가를 전액 현금 지급하겠다는 결정 또한 그만큼 이번 인수에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카이저는 "드레스랜드는 지멘스의 포트폴리오에 완벽히 부합한다"며 미국내 에너지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 카이저 지멘스 CEO. [사진 : 지멘스 홈페이지] |
◆ 지멘스는 어떤 기업
1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지멘스는 1847년 10월 베르너 폰 지멘스와 요한 게오르그 할스케가 설립한 지멘스-할스케라는 전신기 부설 업체로 시작됐다.
1897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이후 회사는 기존 전자 및 전기 분야에서 가전제품, 철도, 조명, 헬스케어 등 영역을 점차적으로 확장시켜 나갔으며 1966년부터 지금의 사명인 지멘스 AG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몇 번의 조직개편을 거쳐 지금의 인더스트리, 에너지, 헬스케어, 인프라구조&도시 부문으로 정립됐다. 현재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진출해 약 36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