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율 높아, 상폐 위험"
[뉴스핌=홍승훈 기자] 사고 싶어도 못사는 주식들이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상승모멘텀을 갖는 이 종목을 그저 눈으로만 감상할 뿐이다. 시가총액 때문만은 아니다. 최대주주 비율이 워낙 높다보니 자칫 들아갔다 제때 못나오면 거래소 상장규정인 주식분산 미달 요건에 따라 상장폐지로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최근 동원시스템즈에 대한 기관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연속 사자세다. 물량은 많지 않다. 수백 주에서 많게는 수천 주 정도다.
불과 1년전 7000원선을 오가던 이 회사 주가는 올해들어 상승기미를 보이더니 지난달 본격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만원 턱 밑까지 차올랐다. 상승모멘텀은 M&A 효과다. 지난달 MBK파트너스로부터 국내 1위 포장재업체인 테크팩솔루션을 2500억원에 인수한 것이 성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같은 모멘텀에도 기관들은 쉽사리 손을 못 뻗친다. 높은 대주주 지분율이 걸림돌이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1만원 아래에서 계속 모니터링은 했지만 들어가진 못했다"며 "대주주 지분율이 워낙 높아 주식분산 요건에 따른 상폐 리스크가 있다"고 전해왔다.
동원시스템즈의 대주주(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율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81%. 코스피시장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열 번째로 높다. 외국인과 기관이 조금만 들어와도 상장폐지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상장규정 47조에 따르면 주식분산 요건 미달시 해당 종목은 관리종목을 거쳐 1년 뒤 이 부분이 해소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일반주주 수가 200명이 안 되거나 일반주주가 유동주식수의 10% 미만이 되면 그렇다.
때문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70~80% 이상일 경우 중장기 투자전략을 펴는 기관투자자로선 함부로 발을 들여놓질 못한다. 그저 일부 소형 기관이 슬쩍 들어왔다 나가는 정도다.
<대주주 지분율 80%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6월말 기준 분기보고서 참조> |
주식시장에선 이처럼 실적과 배당, 여타 성장모멘텀 등을 갖췄지만 기관들이 꺼리는 종목들이 있다. 세아홀딩스, LS네트웍스, CS홀딩스 등도 비슷한 유형으로 꼽힌다.
세아홀딩스의 경우 불과 석 달 만에 80% 가깝게 폭등했다. 10만원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17일 현재 17만9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상승모멘텀은 주요 자회사들 약진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이다.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드림라인 등 주요 자회사들의 성장성과 실적 개선이 상승을 이끌고 있다.
특히 주요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의 경우 최근 포스코특수강 인수의지를 밝히면서 증권가에선 향후 글로벌 최대 특수강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종목 역시 오너3세인 이태성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84%에 달해 기관투자자은 입맛만 다실 뿐이다.
이 외에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는 LS네트웍스와 CS홀딩스도 최근 기관 러브콜이 이어지지만 이들 역시 대주주의 높은 지분율로 인해 매수규모는 소폭에 그친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상황만은 아니다. 코스닥에 상장된 에이스침대의 경우 지난해 상승폭을 키우며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유동주식수 부족과 높은 대주주 지분율 등을 이유로 기관투자자의 참여도는 미미했다. 에이스침대의 대주주 지분율은 6월말 기준 79.56%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현대페인트로 (주)JTC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93.3%에 달한다. 이어 사조대림(89.95%), 대림통상(88.49%), SG충남방적(84.86%), 조비(84.07%), 세아홀딩스(83.99%), 평화산업(82.80%), CS홀딩스(82.06%), LS네트웍스(81.81%), 동원시스템즈(80.99%), 한국유리(80.50%), 성지건설(80.30%) 순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