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평가 기대감, 순식간에 '실종'
[뉴스핌=김양섭 기자] '이유 없이(?) 하한가 6번'.
횡령이나 배임 등 쇼킹(?)한 악재가 나온 것처럼 주가가 수직 낙하했다. 표면적으론 아무런 일도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악재를 굳이 찾자면 '너무 높아진(?) 주가' 정도였다. 작년 11월 3만대이던 주가가 최근 9만원 부근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리회사 '해성산업'의 얘기다.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될 만한 일도 별로 없던 조용한 회사였지만 최근 화제로 떠올랐다. 부동산 갑부인 오너 이야기도 회자됐다.
해성산업의 주가는 그 동안 급등구간 없이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올랐다. 작년 11월 3만원대이던 주가는 최근 8만9500원까지 올랐다. 이후 며칠간 약세 흐름을 보이더니 어느날 갑자기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하한가를 6번 치는 동안 4번은 이른바 '점하(장시작부터 종료까지 하한가)'였다. 탈출할 기회도 없었다. 시장에선 '작전 세력간의 불협화음 발생', '대주주 매물 출회' 등의 추정 등이 나왔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실제로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게 회사측의 답변이기도 하다.
기관들도 속절없이 당했다. 하한가가 풀린 15일 기관투자자의 대량 매물이 체결됐다. 로스컷(손절) 물량으로 추정된다. 이날 하루 기관 순매도 주식수는 2만9000주.
이 회사의 오너는 단재완 회장이다. 강남의 해성빌딩1,2를 가진 부동산 갑부로 알려져 있다. 시가로 조 단위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성산업은 단 회장과 회사가 보유한 빌딩 등 부동산을 관리하는 업무가 주요 사업이다.
해성산업이 보유한 부동산은 서울 북창동의 해남빌딩, 서울 서초동의 송남빌딩, 부산 중앙동의 부산송남빌딩, 서울 성수동의 테크노센터, 강원 발한동의 동해식품공장 등이다.
이런 부동산들이 재평가에 들어갈 경우 회사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게 주가 상승의 배경이었다.
서울 북창동에 위치한 해남빌딩에 대해 해성산업측은 장부가로 549억원(토지)을 잡고 있다.
해성산업의 매출은 시설관리와 임대관리에서 발생한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 매출은 각각 129억원, 64억원이다. 매년 매출 변동도 크지 않다. 작년의 경우 시설관리에서 44억원, 임대에서 85억원이 발생했다.
단 회장의 재산은 그의 부친인 단사천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단사천 회장은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홀로 월남해 1960~1980년대 한국의 자금시장을 주름잡았던 인물이다. 재봉틀 사업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사채시장에서 거부가 됐다. 1980년대에는 하루 현금동원력이 3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명동에서 현금동원력이 가장 뛰어나 '현금왕'으로 불렸다. 한때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개성상인 출신인 그는 돈을 빌리는 것을 혐오할 정도로 싫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은행에서 돈 빌려서 사업하지 말고,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지 말라"는 유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유지에 따라 해성산업, 한국제지, 계양전기 등 단 회장이 보유한 회사의 부채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한편, 해성산업 주가는 지난 15일부터 하한가 행진이 끝났다. 17일 주가는 5.96% 올라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