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원가경쟁력 갖춘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로 시장 선점
<크라카타우포스코 고로> |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이내 잘 닦여진 도로의 양 옆에 우뚝 솟아오른 건물들과 층층이 쌓여있는 슬라브들이 눈앞에 들어오면서 이곳이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철강도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찔레곤에 위치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손잡고 설립한 연산 300만톤 규모의 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이다.
현재 1단계 사업이 완료되어 슬라브 150만톤과 건설·조선용으로 쓰이는 후판 1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포스코가 매년 포항·광양에서 3800만톤 가량의 쇳물을 뽑아내는 것에 비하면 많지 않은 양이지만, 매년 10%씩 증가하는 철강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수입으로 철강소비의 60%를 해결해오던 인도네시아에 있어 300만톤은 적지 않은 양이다.
더불어 2단계 설비가 들어오면 열연제품을 포함해 연산 600만톤까지 양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의 첫 해외 일관제철소이기도 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지난 2008년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맺은 기본합의를 바탕으로 2013년 12월 23일 준공됐다.
총 30억 달러가 투입된 이 대형 프로젝트는 2011년 7월 본 공사에 들어간 이후 준공까지 꼬박 30개월이 걸리는 등 처음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실제로 워낙 철이 부족한 나라이다 보니 착공 후 제철소 공사 부지에 놓아둔 철근이 다음 날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도 있었으며 무더운 날씨와 느긋한 현지인들을 독려해 공기를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은 "본공사에만 30개월이 걸렸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사업 중 지금까지 공기가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일관제철소가 제때에 완공된 것을 두고 교민을 비롯한 현지 사회에서는 전무후무한 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준공 후 지난 1월 첫 가동에 들어가면서 고로의 하부가 일부 파손돼 7일 동안 가동을 멈추는 사고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철소를 정상 가동의 궤도에 올린 지금, 크라카타우포스코 용광로에서는 매일 8300톤의 뜨거운 쇳물이 뽑아져 나오고, 있으며 압연 공정에서 매일 3400톤의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준공과 더불어 고로에 불을 붙인 지 만 5개월 만에 제선, 제강, 압연 모든 공정에서 정상조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완만한 경삿길을 올라 일관제철소의 핵심 시설이자 제선공정이 시작되는 고로로 향했다. 내부로 진입하자 동남아시아의 무더운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고로의 열기가 온몸에 와 닿는다.
발 밑에서도 1500도가 넘는 고열에서 스파크를 내면서 흐르는 쇳물들이 금방이라도 플로어 틈새를 뚫고 올라올 것 같은 기세로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는 원가 경쟁력을 위해 이 고로에서 사용되는 철광석의 최대 30%를 인도네시아 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현지 철광석은 상대적으로 브라질과 호주 산 등과 비교해 가격이 싸지만 품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설비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 노황을 위해 인니 철광석의 비중을 30%까지로 설정했다.
고로의 상태를 통제하는 고로 중앙 운전실에서 만난 이종복 고로공장장은 "원가절감의 70% 이상은 철광석과 석탄, 석회석 등 윈료에 달려있다"면서도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가원료 사용과 더불어 조업기술 개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크라카타우포스코 제강공정> |
이렇게 불순물이 제거된 쇳물은 냉각, 응고 과정인 연주 공정을 거쳐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로 변모한 뒤 외부 통합 야적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슬라브 제품의 경우 크라카타우스틸과 구나완과 같은 인도네시아 현지 철강사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후판 공정 라인으로 들어서자 슬라브가 거대한 굉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후판 공정을 통제하는 조정실로 이동하자 외부의 열기와 소음이 차단된 상태에서 달궈진 슬라브가 압연기를 거쳐 매끈한 후판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크라카타우포스코의 후판 제품은 주로 인도네시아 중공업 회사인 찌트라 조선와 코린도 중공업을 포함해 세계적 중공업 회사인 캐터필라의 현지 법인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제철소 가동 후 최초로 슬라브와 후판 판매량이 월 목표량인 20만톤을 넘어섰다
포스코는 크라카타우포스코를 통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를 연결하는 철강벨트를 완성하고 동남아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주변 경제구역 내에는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제철소가 없다는 점에서도 철강시장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분석이다.
당장 일관제철소가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6%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2억 5000만명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필요한 철강수요인 1250만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인당 철강소비량도 한국의 20분의 1도 안되는 49kg에 불과해 엄청난 철강소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후판 시장의 경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수요는 전년 대비 8% 감소한 125만 톤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 등에 힘입어 2017년에 이르러 175만톤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지 건설산업 역시 정부 주도로 인프라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민간 분야에서도 빌딩, 철탑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