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백주희는 지난 2000년 뮤지컬 ‘캣츠’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 ‘젊음의 행진’ ‘막돼먹은 영애씨’ ‘몬테크리스토’ 등에 출연하며 매년 꾸준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에 출연했고,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창착 초연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싱잉인더레인’을 하고 있을 때 샘컴퍼니 김미혜 대표께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죠. ‘싱잉인더레인’ 공연 끝날 때쯤 ‘완전보험주식회사’ 리딩이나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한 남자의 성공기가 주제였는데, 보험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배우들이 다 경력이 있다 보니(관객 반응을 예상하고) 사람들은 보험에 그 만큼 관심이 없다는 의견을 냈어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러브라인도 넣고 인물도 추가하면서 하나 둘 만들어 간 거예요.”
백주희는 ‘완전보험주식회사’에서 임기홍, 정재헌 등 두 배우와 커플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임기홍과는 나쁜 남자(?)를 따라다니는 어수룩한 여자로, 정재헌과는 선택장애(?)를 가진 남자를 상대하는 똑부러지는 여자로 각각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외모로는 정재헌씨가 만족스럽고(웃음), 연기론 임기홍씨와 호흡을 많이 맞춰서 그런지 더 편해요. 제가 맡은 각각의 역할이나 두 남자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돼서 단순한 비교는 어려워요. 그냥 두 사람 다 장단점이 있죠. 정재헌씨는 잘생겨서 좋고, 또 임기홍씨는 잘 맞아서 좋고.”
백주희는 어수룩한 인턴사원 구가혜 역, 우유부단한 남편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드센 아내 역과 함께 성격 괄괄한 강박사 역까지 맡아 한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세 인물을 보여준다. 한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객은 이미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걸 알고 있고, 그렇기에 배우는 전혀 다른 이미지, 다른 인물로 무대에 서야 하는 부담을 느낀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인 다역이 빈번한 소극장공연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백주희. 그는 소극장공연의 묘미로 “반응이 다이렉트로 온다는 점”을 꼽았다.
“소극장공연은 유리멘탈은 절대 못 해요(웃음). 관객에게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가끔 관객이 대사에 대답도 하세요. 한번은 키스신이 있었는데 객석에서 ‘좋~겠다’고 추임새를 넣더라고요. 배우고 관객이고 전부 빵 터졌죠. 전화를 받으시는 분도 있었어요. 큰 목소리로 ‘어, 김사장. 나 지금 공연 봐!’하시는데, 다들 웃고 난리 났었죠.”
백주희는 전작 ‘싱잉인더레인’에서 유쾌한 악녀 리나 라몬트 역을 맡아 극의 재미를 두 배로 살렸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섹시하면서도 터프한 매력의 루이자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변신이었다.
“예전엔 터프한 역할도 많이 했어요. 한동안은 그런 쪽으로 캐스팅이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1인 다역을 오래 했고요. 1인 16역까지 해봤다니까요.(웃음) 한번 새침한 연기를 했더니 또 한동안은 그런 역할로 계속 캐스팅이 됐고…. ‘몬테크리스토’를 한 직후에 ‘싱잉인더레인’을 하니까 절 못 알아보시는 분도 있었는데, 이번 ‘완전보험주식회사’에서도 강박사와 구가혜가 둘 다 저인줄 모르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럴 때면 속상하면서도 ‘내가 진짜 다르게 연기했구나’란 생각에 기쁘기도 해요. 희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웃음) 지금은 그냥 뭘 시켜도 잘 할거란 믿음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는 성공을 꿈꾸는 보험사 직원 한보장(박훈, 정상훈)이 ‘이혼보험’을 만들면서 이혼하려는 고객과 보험사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많은 사람에게 낯설게만 들릴 ‘이혼보험’이란 소재가 먼저 호기심을 자극한다.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들릴 수도, 또 누군가에겐 매력적으로 들릴 법도 한 단어다.
“처음 들었을 땐 너무 생소했죠. 대체 이 보험이 왜 있어야 하나 싶었어요. ‘이혼보험이 있으면 개나소나 다 이혼하겠네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진짜 제 마음이에요. 아무튼 이번 작품 때문에 보험 공부를 엄청 했어요. 한국에는 있지도 않은 이혼보험을 머리 싸매고 연구하고, 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한다 어쩐다 이야기가 나오는데(웃음)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연습하면서 ‘한국에서도 안 만드는 보험을 우린 왜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있냐’ ‘우리 보험회사에 스카우트 될 수도 있겠다’라며 농담도 많이 했죠.”
샘컴퍼니와 광뮤지컬컴퍼니가 5년간 사전 제작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리는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 대한 백주희의 애정은 남다르다. “입소문이 나서 관객을 확 끌어들이자는 야망이 있다”며 웃은 백주희는 완전한 보험이 없듯 완전한 창작도 없다고 말했다. 어디든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단점은 최대한 커버하고 많은 관객에게 동질감을 주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긍정적인 건 모녀관객이 많다는 거예요. 엄마와 딸이 같이 객석에 앉은 게 무척 좋아보이더라고요. 어머니들은 결혼 생활의 애환에, 딸들은 이제 막 시작하는 커플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우리 공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부부 관객을 볼 때면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우리 공연이 제대로 가고 있구나 느끼기도 하고요(웃음). 코믹한 배우들이 모였다는 기대감도 큰 것 같은데, 저희는 웃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웃음 속에 묻어나는 진지함, 정곡을 찔렀을 때 웃음을 주려고 해요. 따뜻함과 힐링이 있는 우리 공연, 지켜봐 주세요.”
[사진=샘컴퍼니]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